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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ing & Talking

<영화 다시보기>선과 악이 공존하는 '페이스 오프' 포스트모던 논쟁을 부르다

영화 <페이스오프(Face off)>는 홍콩에서 성공적으로 할리우드에 입성한 오우삼 감독이 홍콩의 문법을 할리우드식 껍데기와 스타시스템으로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줬던 1997년 작품입니다. 니콜라스 케이지와 존 트라볼타라는 당대 최고의 스타는 그 이름값 만으로도 영화의 무게를 더해줬죠.


불굴의 의지를 가진 FBI요원 숀 아처는 자신의 어린 아들 마이키를 죽인 잔혹한 범죄자 캐스터 트로이와 격돌합니다. 청부 터러범 캐스터는 LA 어딘가에 생화학폭탄을 설치했습니다. 힘든 싸움 끝에 숀은 캐스터를 체포하지만 그는 혼수상태에 빠지고 맙니다. 숀은 이미 수감된 캐스터의 동생 폴룩스로부터 폭탄에 대한 정보를 캐내기 위해 FBI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캐스터와 자신의 얼굴을 통째로 맞바꿉니다. 이는 죄수로 위장해 폴룩스가 수감된 감옥에 잠입하기 위한 것이죠.


하지만 이 사실을 알리없는 간수들은 숀을 혹독하게 괴롭히고 캐스터는혼수상태에서 깨어납니다. 캐스터는 의료진을 협박해 숀의 얼굴을 자신의 얼굴에 이식하고, 숀과 자신의 얼굴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는 요원들을 모조리 살해합니다. 숀으로 변신한 캐스터는 숀의 인생을 철저히 파멸시키려 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숀은 가까스로 감옥을 탈출해 캐스터의 아지트로 잠입합니다. 캐스터의 지시를 받은 경찰 특전단과 범죄단, 숀과 캐스터가 격전을 벌이고 드디어 죽은 마이키의 생일날, 두 사람의 마지막 대결이 펼쳐집니다.



이 영화에서 얼굴이 맞바뀐 숀과 캐스터는 결국 한 사람입니다. 액션의 서스펜스로 영화의 재미에 넋이 빠진 관객들은 영화가 끝나면 누가 숀인지 누가 캐스터인지 감을 잡을 수 없게 되죠. 이 때문에 <페이스 오프>는 포스트모던 논란을 일으키며 홍콩감독 오우삼을 확실한 할리우드 스타감독으로 입지를 다져주기도 했지요.

이 영화에서 악의 편에 선 캐스터는 무의식적 본능(id)의 표상입니다. 자신의 욕망대로 행동하고 즉각적으로 자신의 욕망이 해결되지 않으면 그것이 해결될 때까지 주저 없이 행동으로 옮기고 그 속에서 쾌락을 만끽하죠.

반면 숀은 초자아(superego)의 충실한 표상입니다. 그는 동료들에게 윤리의식을 일깨우고 가정에서는 엄격한 아버지이자 위엄 있는 가장이 되고자 합니다. 숀은 철저하게 '사회화'된 인물인 셈입니다.

이 영화의 텍스트 구조는 이처럼 무의식과 초자아의 격전장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영화는 상반된 두 인물형을 뒤바꾸어 놓음으로써 '인물의 전형'을 파괴하고 해체합니다. 관객들은 표상이 뒤바뀐 선-악의 대결에서, 무엇이 선인지, 무엇이 악인지조차 파악하기 힘들어지죠.



'가면'을 쓴 캐스터는 숀의 가정에서 '대리 가장'으로서 숀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던 일들을 합니다.

가령 이 가짜 숀은 아내와의 성생활에서, 자유분방한 자식교육에서 숀과 전혀 다른 숀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전히 악 그 자체이지만 관객들은 드문드문 드러나는 이 가짜 숀의 역할에서 더 이상 캐스터를 발견하지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캐스터로 변한 숀도 마찬가지입니다.

악의 가면을 쓴 숀은 자신이 미처 경험하지 못했던 '폭력의 미학'에서 희열을 느끼기까지 합니다.

결국 영화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자아의 모습으로 구현되고 있는 거지요.

이는 숀이 자신의 아들 마이키를 살해한 불구대천의 원수인 캐스터를 제거한 후, 캐스터의 아들을 자신의 아들로 받아들임으로써 온전한 주체로서 완전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