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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ing & Talking

<영화 리뷰>영화 제목이 왜 생텀(sanctum)일까?

어제밤 12시에 <생텀(sanctum)>을 혼자서 봤습니다. 아내와 함께 <친구와 연인사이>를 봐야 할 이유가 있어서 보러 갈 것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했기 때문입니다. ㅠㅠ


<생텀>은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의 에사 알라(Esa'Ala) 동굴을 탐험하다 해저의 미로에 갇힌 사람들의 탈출 이야기입니다.


#1. 우선 저 거대한 땅 속 세계로 통하는 구멍은 사람이 이 세상에 나오는 그런 곳처럼 보입니다. "동굴의 어머니"이자 이 세상의 자궁이라는 느낌을 주는 공간이죠.

                                                                                                     <네이버>

탐사대의 대장이자 주인공인 조쉬 맥기어의 아버지인 프랭크 맥기어가 "동굴은 나에게 가장 편안한 곳", "마치 교회와도 같은 곳"이라고 말한 것으로 미루어보아 왜 영화제목이 <생텀>이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생텀(sanctum)>은 라티어 어원 '산투아리움(sanctuarium)>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신의 숭배에 이용되는 성스러운 장소를 뜻하죠.

영화에서 아버지 프랭크가 온 몸의 뼈가 으스러져 고통하는 한 원주민 대원(이름이?)을 물 속에서 질식사시키고, 조쉬가 마지막 장면에서 아버지 프랭크를 같은 방식으로 보내드리는 것처럼 동굴 속은 사람이 어머니 자궁 속에서 나왔듯 다시 그 곳으로 돌려지는 그런 장소와도 같습니다.


실제 고대 가톨릭에서는 '카타콤베(catacombe)'라고 해서 지하에 갱도를 파고 묘혈을 만들어 그 안에 시체를 안치했습니다. 카타콤베는 그러니까 지하묘지죠. 갱도를 확대하면서 '산투아리움'을 곳곳에 만들어 신성한 의식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네이버>

요컨대 영화 <생텀>에는 '자궁 숭배'의 코드가 담겨 있다는 거죠.

#2.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아바타>에서 처럼 대자연에 순응하는 인간이 될 것을 관객들에게 호소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버지 프랭크가 이런 말을 했죠. "우리 인간은 이 거대한 동굴에서 스쳐가는 먼지에 불과할 뿐"이라고...


정말 이 지구는 우리가 상상할 수조차 없는 대자연을 품고 있습니다. 대자연에 순응하면서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는 건 카메론 감독의 영화를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인 듯 합니다.

하나 더...

#3. 이 땅을 사는 한 명의 아빠로서 언제나 '아빠와 아들의 관계"는 괜시리 찡한 느낌을 줍니다.


언제나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독선적이고 자기 맘대로인 아버지 프랭크에 대해 아들 조쉬는 반감을 갖습니다.

하지만 칠레 광부들이 다시 햇빛을 보기까지 리더십의 기능을 굳이 떠들어댄 신문기사가 아니더라도 아버지 프랭크는 지독한 해저미로에서 탈출하고 생존하기 위한 그런 리더십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서바이벌 게임에서 유일한 생존자가 된 조쉬가 그런 아버지가 옳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때는 괜시리 찡해집니다. 왜? 저도 아빠니까요...


<생텀>, 결론적으로 참 괜찮은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