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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ing & Talking

<영화 리뷰>'만추'의 사랑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이유

영화제목이 왜 만추(晩秋)일까? 나중에 알고보니 1960년대 고() 이만희 감독의 <만추>를 리메이크했다고 하더군요. 아내는 현빈이 나와서, 나는 탕웨이가 나와서, 그리고 오래간만에 멜로 좀 감상하려고 봤을 뿐인데 말이죠.


만추(晩秋), 우리 말로 늦가을, 영어로는 'late autumn'. 영화 <만추>는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기에는 이미 늦어버린 사람들의 사랑이야기입니다.

애나는 남편을 살해하고 7년간 복역한 뒤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오빠가 넣어준 보증금 덕분에 3일간의 특별휴가를 얻습니다.


그런 그에게 한 남자가 다가옵니다. 완전 양아치, 훈은 특별휴가를 위해 시애틀행 버스에 오른 애나에게 30달러를 빌려달라고 합니다. 훈은 돈 많은 한국여자를 후려치면서 먹고 사는 인간 말종이죠.



이 둘이 사랑에 빠진다? 영화가 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스토리인데, 결론적으로 참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사랑의 힘은 위대합니다. 한국인 훈과 중국인 애나는 서로에 대해 아는 게 없습니다. 애나가 왜 남편을 살해했는지, 그녀는 넋두리처럼 훈에게 중국어로 자신의 아픈 과거를 털어놓습니다. 훈이 알아 듣지 못하니까요...


훈과 애나는 정신병동의 의사와 환자처럼 보입니다. 애나는 아픈 과거로부터 서서히 치유됩니다. 어머니의 장례식날 찾아온 훈, 그가 애나의 첫사랑 왕징과 싸움을 벌입니다. 장례식날, 싸움박질이라니!  훈은 둘을 어리둥절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엉뚱하게도 "이 사람이 내 포크를 썼다"며 화를 냅니다. 애나는 왕징에게 "왜 다른 사람의 포크를 썼느냐"며 울음을 터트립니다. 애나의 '카타르시스'입니다.


미국인 부자 남편(마피아일지도 모릅니다)과 사는 옥자는 훈에게 돈을 주고 사랑을 구걸합니다. 훈은 그런 놈입니다. 시애틀에서 애나와 마지막 밤 거리를 거닐던 훈은 옥자의 전화를 받고 한 호텔로 갑니다. 그 호텔에서 옥자는 "너를 봤으니 됐다"며 돈봉투를 건넵니다.


애나가 교도소로 돌아가는 날, 안개 때문에 버스가 휴게소에 멈춥니다. 거기서 훈은 옥자의 남편을 만납니다. 남편은 "왜 옥자를 죽였느냐"고 훈에게 묻습니다. 아무도 옥자를 누가 죽였는지, 혹은 옥자가 자살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훈은 옥자를 마지막으로 만났던 사람이고, 유력한 용의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훈은 안개 속에서 애나와 진한 키스를 나눕니다. 옥자가 왜 죽었든, 훈은 그녀의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제는 애나가 그런 훈의 아픔을 치유해줍니다. 훈은 애나에게 출소하는 날 이 휴게소에서 다시 만나자고 합니다. 그리고는 경찰에 체포됩니다.


2년후 애나는 출소하고 휴게소에 도착합니다. 버스는 시애틀로 출발하지만 여전히 애나는 그 휴게소 카페에 앉아서 훈을 기다립니다....

아마 애나는 1년 뒤 바로 그 날에도 이 곳에서 훈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1년, 또 1년... 사랑이란 감정을 잊어버린 두 사람에게 어느날 불쑥 찾아온 그런 사랑을 말입니다.

영화 <만추>는 그래서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입니다. 나약하고 보잘 것 없는 사람들에게도 사랑의 힘은 위대하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