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Goût de Daejeon

<대전맛집>육개장이유? 파개장이유? 명랑식당의 38년 고집

대전시 동구 삼성동 인쇄골목길 안에 대전을 대표하는 음식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명랑식당>입니다. 38년째 한 자리에서 오직 육개장만을 고집해온 집입니다. KT&G 대전본부 뒷편에 있습니다.


점심 시간에는 가능하다면 12시가 되기 전에 가는 게 좋고, 아니면 좀 늦은 시간을 이용하는 게 좋습니다. 줄을 서는 게 일반적인 집이거든요. 바로 앞 구세군교회 앞에 주차를 해도 되지만 주차하기가 편리하지는 않다는 것도 유념하셔야 하고요.


<명랑식당>은 어머니로부터 전수받은 육개장으로 처음 문을 열었고, 지금은 아들 내외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메뉴는 단 두가지. 육개장과 파전 뿐입니다. 모두 육개장을 드시러 오는 손님들이죠. 앉으면 사람 수대로 육개장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명랑식당> 육개장은 ‘파개장’으로 불릴 만큼 파가 듬뿍 들어간 게 특징입니다. 파는 더 넣어달라고 하면 더 넣어줍니다. 걸쭉한 데다 파를 잔뜩 넣어서 그런지 담백하기까지 합니다.


창업자 할머니는 카운터에 앉아서 흐뭇하게 손님들이 드시는 걸 구경하십니다. 아들이 냉동 육개장을 판매하는데 인터넷으로도 구매가 가능합니다. 냄비를 들고 가면 넘치는 인정과 함께 육개장 양이 더 많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죠.

육개장이 떡볶이 국물처럼 진하고 걸죽한데도 파가 많이 들어가서 그런지 매운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기름기가 전혀 없고, 어떻게 제거했는지 파 특유의 시큼한 맛도 없는 게 비법인 것 같더군요.


기름기를 완전히 제거한 소 양짓살은 결대로 길게 찢겨서 뚝배기에 그대로 담겨집니다. 정말 부드러운 이 고깃살이 파 만큼이나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저녁 장사는 하지 않는 게 이 집의 오랜 전통입니다. 점심 때 낮술을 드시는 일부 손님을 제외하고는 육개장 한 그릇 뚝딱 비우고 자리를 비우는 게 일상적이죠. 오후 3시에는 문을 닫고, 주일인 일요일은 반드시 쉽니다.


당진 합덕농협에서 계약 구매로 들여오는 쌀밥도 정말 꾹꾹 눌러 담아서 내옵니다. 일반적인 육개장과 달리 고사리니, 양파, 콩나물 등은 전혀 넣지 않고 오로지 파와 고기만 들어간 육개장에 밥 한 그릇을 말아서 먹으면 저녁 때까지 배가 전혀 꺼지지 않습니다.

대신 밑반찬으로 양파김치가 식탁 위에 올려져 있습니다. 깍두기도 마찬가지고요. 먹을 만큼 앞접시에 담아서 육개장과 함께 먹으면 됩니다. 특히 양파김치와 육개장은 궁합이 아주 잘 맞습니다.


영화 <식객>을 보면 대령숙수(待令熟手)가 경술국치를 당한 날,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순종께 올렸던 음식으로 나오는 육개장이 바로 이 맛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