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여 전 지방의 한 국립대학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어문계열의 한 학과에서 교수 2분이 정년퇴직을 하자 신규 교수 1명을 임용하기로 했죠.

일반적으로 어문계열 학과는 문학과 언어학으로 나눠 교수가 학생들을 지도합니다. 회화는 보통 원어민 교수를 쓰구요.

그런데 이 대학은 시(詩) 전공자를 채용키로 공고해 놓고 언어학 전공자를 교수로 채용했습니다.

저는 당시 신문기자로 일하고 있었는데, 하필 제가 그 어문계열 전공자인데다 유학경험도 있고 석사학위도 취득한 상태였기 때문에 교수임용과 관련한 '정황'에 대해 이해가 빠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학과가 낸 교수임용 공고를 보면 시(詩) 전공자를 뽑아야 하겠죠. 그런데 막상 교수로 채용된 사람은 시(詩) 문학작품을 언어학의 한 방법으로 분석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겁니다.

저는 교수 임용에 비리 의혹이 있다며 수 차례 문제를 제기했고, 그 학과의 교수님들과도 논쟁을 벌였지만 저를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지는 않았습니다. 교수 임용 자체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대응이었다는 생각입니다.


실제로 제가 해당 국가에서 같은 류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선배에게 문의해 본 결과, 자신을 언어학박사라고 하지 문학박사라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더구나 같은 교수로부터 논문지도를 받고 박사학위를 받은 선배도 자신의 논문을 언어학 논문이라고 하더군요.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신이 언어학 전공자임을 은닉하기 위해 교수임용을 위한 제출서류 중 성적증명서 및 학력증명서도 내지 않았습니다. 대학은 이를 묵인했구요. 이는 취재를 통해 밝혀낸 사실입니다. 특히 자신의 박사 학위 논문에 스스로 자신이 '시학() 전공자'라고 써놓은 걸 보면 연민까지 느껴졌던 기억이 새록합니다.

더 가관인 것은 교수채용과정에서 후보자들이 공개강의를 하도록 되어 있는데 그 심사위원 명단이 사전에 유출되기까지 했습니다. 이는 학교당국의 행정절차 상 명백한 과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식의 교수임용은 그 대학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이 학과가 속한 학회의 회장은 교수로 채용된 분의 전공이 '문학'이라고 이 대학 측에 공문을 통해 알려왔던 겁니다.

음운론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해당 학과에서도 분명 언어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전공이 '문학'이라는 것은 학회의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교수 임용에 있어서 과실이 분명한데도 어떤 조치도 내려지지 않았다는 게 더 비극적인 우리의 현실이란 생각입니다.

대학의 교수임용 비리를 감독해야 할 정부는 "해당 대학의 가치 판단 문제" 운운하며 개입하기를 꺼려했구요.

교수로서의 그 분의 자질이나 능력을 의심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시(詩)' 전공자 수요가 생겼으면 '시(詩)' 전공자를 뽑아야지, 누군가를 미리 내정하고 껴맞추기 식으로 교수를 뽑는 건 정말 코미디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여전히 대학교수가 되는 길은 험난합니다. 인맥이나, 재력이 없으면 평생 '보따리 장사'를 면하기 곤란한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지난해에는 한 대학의 시간강사가 채용사례금, 논문대필 등을 유서로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우리 사회에 일대 파장을 던졌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그 어떤 혐의도 찾아낼 수 없었다"며 수사를 종결했지요.

제가 취재했던 대학교수 임용비리 의혹이나 시간강사 자살사건이나, 아무리 변명하려 해도 진실은 분명 어디엔가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