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국내 최고가 줄줄이 모여 있는 곳

대전에는 우리 국민들이 잘 모르는 ‘세계 최고’, ‘한국최고’가 대거 숨어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35년간 30조원의 R&D(연구개발) 예산이 투자돼 100배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한 우리나라의 대표 과학브랜드 대덕연구개발특구가 대전에 있기 때문입니다. 대덕특구의 최고들은 보통사람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대전에는 또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주변의 최고도 많습니다. 세계 최고, 한국 최고가 모여 있는 대전의 숨겨진 모습을 추적해봤습니다.

인공태양·슈퍼컴퓨터·초고전압 현미경 등 '미래특구'
	대전 유성구 어은동 국가핵융합연구소 연구실에 9.6m, 직경 9.4m, 무게 100t의 거대한 금속구조물이 떡 버티고 있습니다. 바로 ‘한국의 태양’으로 불리는 ‘KSTAR'입니다. 대덕특구의 자랑인 KSTAR는 세계 최대·세계 최초의 핵융합연구장치입니다. 태양에너지
의 원리인 핵융합반응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미래 청정에너지원으로 개발하기 위한 일종의 ‘인공태양’이지요. 이를 위해 지난 1995년부터 3,090억원이 투입됐다고 합니다. 2007년 9월 장치가 완공된 후 지난해 6월 최초로 플라즈마 발생에 성공,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서는 1초에 1조 차례 연산능력을 자랑하는 슈퍼컴퓨터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빠르고 큰 이 컴퓨터의 가격은 600억원에 달합니다.  슈퍼컴퓨터란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빠른 시간 안에 처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컴퓨터로 국방, 우주, 재난예방, 에너지, 자동차, 항공,
전자, 신소재등 주요 산업문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높이가 14.5m, 무게가 340t에 달하는 현미경도 있습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초고전압 투과전자현미경 HVEM(High Voltage Electron Microscope)이 그 주인공입니다. 국내에서 가장 클 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로 다양한 각도에서 원자 분해가 가능해 물질의 원자구조를 3차원으로 직접 관찰할 수 있습니다. 단백질이나 뇌 신경세포의 구조를 3차원으로 분석·관찰할 수 있어 생명과학분야에서 자주 활용됩니다.

100% 국내기술로 개발된 대한민국 표준시계 KRISS-1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있습니다. 1998년부터 20억 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들여 지난 2008년 완성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표준연이 해외에서 수입한 4대의 수소메이저와 5대의 세슘원자시계를 이용해 대한민국
표준시를 생성하고 국제 비교를 통해 국제표준(세계협정시)과 일치하도록 유지해왔습니다. KRISS-1의 개발로 보다 정확한 주파수 표준을 확보할 수 있게 돼 정보통신, 방송, 첨단산업에서 사용하는 주파수 기준기들의 정확도 평가가 가능하게 됐습니다. 이는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일보 선진국에서만 보유하던 기술이라고 합니다.

	한국해양연구원이 국내 최초, 세계 4번째로 개발한 심해 무인잠수정 ‘해미래’도 대덕연구개발특구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바닷속 6,000m까지 내려가 심해 냉수 및 열수 분출구 환경탐사·생태계조사·자원조사 등의 작업을 합니다. 해양연구선 ‘온누리호’(1422톤)와 함께 남서태평양
에서 해양광물자원을 개발하는 사업에 투입돼 광상탐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카이스트의 온라인 전기자동차는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이 달성한 60%보다 훨씬 높은 80%의 전력 효율을 보여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온라인 자동차는 기존의 배터리 전용 전기자동차와 달리 최대 주행거리가 무제한이고 별도로 충전하기 위해 정차할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 기존 배터리 전기자동차 상용화의 걸림돌이었던 무게와 가격은 물론 막대한 충전소 건립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30년간 4조 3,635억원이 투입돼 104조 5,725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이룩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CDMA(디지털이동통신시스템)는
오늘날 휴대폰 강국 대한민국을 가능케 했습니다. ETRI가 보유한 WiBro(휴대인터넷)와 지상파 DMB, NoLA(4세대 이동통신 무선전송 시스템)도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기술입니다. 이밖에 순수 국내기술로 자력 건조한 국내 유일의 세계 10위권 고성능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한국원자력연구원), 우주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2호(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세계적 수준의 지능형 로봇 ‘휴보’(KAIST 로봇연구센터) 등도 대덕특구의 역량을 세계에 과시한 주인공들입니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우리주변의 최고도 대전에 세계 최고, 한국 최고는 과학 분야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사소한 최고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족보출판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국내 최대 족보전문출판회사가 대전에 있는 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1954년에 설립된 동구 중동의 회상사(回想社)가 바로 그 곳입니다. 계보학 자료 2만 5천여권을 보유하고 있어 국립중앙도서관(1만 3천여권)보다 방대합니다.
	대전 혜천대학 정문을 들어서면 우측에 78m 높이로 우뚝 솟아 있는 '혜천타워'가 보입니다. 이 탑 안에는 최고 10t에서 9㎏까지 78개의 청동종으로 만들어진 카리용(carillon)이 설치돼 있습니다. 지난 2004년 기네스북에 기록된 세계 최대의 카리용입니다.
카리용은 크기가 다른 많은 종으로 구성되고 각 종의 종추에 연결된 레버와 페달을 눌러서 연주하는 고전악기로, 혜천타워에 설치된 카리용은 78개의 종으로 구성된 세계 최대의 6.5 옥타브형 카리용이라고 합니다.

한국늑대는 지난 2008년 7월 5~6㎏ 정도인 생후 5개월 때 들어와 현재 성체로 자랐으며 지난해 5월 플라워랜드 개장에 맞춰 문을 여는 통합테마공원(대전오월드)의 한국늑대 사파리에 입주해 있습니다. 대전시 서구 장안동 장태산휴양림은 국내 최초로 민간이 조성한 휴양림으로, 국내 최대

의 메타세콰이어 숲이 울창하게 형성돼 있습니다. 최근에는 메타세콰이어 중간 높이를 걸으며 숲을 감상할 수 있는 스카이웨이가 만들어져 인기가 더 높아졌습니다. 피톤치드 효과가 입소문으로 무섭게 퍼지면서 주말이면 산림욕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2008년에는 한국관광공사의 ‘추석연휴 고향에서 돌아오는 길에 들를 만한 명소 베스트 15선’, 문화체육관광부의 ‘크리스마스 여행지’로 각각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이응노미술관은 우리나라 최초로 뮤제오그라피(museography)를 실현한 모델로 손꼽힙니다. 뮤제오그라피란 건물 외·내부를 작품과 조화를 이루도록 해 미술관 전체가 하나의 작품이 되도록 설계한 것을 말합니다. 프랑스 유명 건축가 로랑 보두엥이 문자(文字) 추상을 주제로 고암 이응노 화백의 예술세계를 상징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이응노미술관은 또한 백색 콘크리트로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건물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