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큰 멸종위기 육지거북 대전동물원 온다
저는 박성효 대전시장과 함께 대전사절단의 일원으로 아프리카의 초미니 섬국가인 세이셸을 방문했습니다.
세이셸에서 그날 그날의 '활약상'을 블로그에 올리려고 했으나 워낙 통신 상태가 좋지 않아 귀국한 뒤 올리게됐습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소식으로 세계에서 몸집이 가장 크고, 가장 오래 살며, 멸종위기 동물인 알다브라 자이언트 거북(Geochelone gigantea) 한 쌍이 세이셸을 떠나 대전동물원의 새식구가 됐다는 소식부터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박성효 시장을 비롯한 거북 인수는 지난해 10월 이명박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대전을 방문했던 세이셸공화국 제임스 알릭스 미셸(James Alix Michel) 대통령이 박 시장에게 "대전에 동물원이 있느냐. 있다면 세이셸 거북을 선물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 이뤄졌습니다.
거북 인수식은 3월 1일 오전(현지 시각) 세이셸공화국 대통령궁에서 이뤄졌습니다. 대전동물원에 오는 거북은 수의사의 도움으로 수송 절차를 밟고 있었고, 대통령궁 정원에 있는 암수 한 쌍이 대역을 했습니다.
이날 세이셸공화국으로부터 인수한 알다브라 자이언트 거북은 세이셸 코끼리 거북으로도 불리며, 자이언트 거북 중 세계에서 몸집이 가장 크다고 합니다. 세이셸 군도 내 알다브라라고 하는 산호섬에만 서식하는 희귀종 중의 희귀종입니다. 알다브라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600km, 세이셸공화국에서 1150km 떨어진 세계에서 가장 외딴 섬입니다.
한 때, 유럽의 식민지 개척자들의 선상 식량으로 이용되면서 개체수가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였으나, 격리된 환경과 알다브라의 환초 생태계를 보호하려는 전 지구적 보호조치로 사람의 접근을 금지시킨 곳에서 살고 있는 겁니다.
이번에 박성효 시장이 인수한 거북 한쌍은 세이셸공화국 수의사의 돌봄 속에서 싱가폴을 거쳐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며, 다음주 초면 대전동물원에 도착할 거라고 합니다.
대전동물원에 오는 세이셸 코끼리 거북은 암,수 한쌍으로 각각 83살과 95살입니다. 200살을 훌쩍 넘도록 산다고 하니 한창 활동적인 나이죠. 알을 낳고 부화시키는데도 가장 적합한 때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35살 안팎의 거북이를 준다고 해서 박 시장이 "그렇다면 안 가겠다"고 엄포를 놓는 바람에 바뀐 것이죠. 수컷은 길이 120㎝, 몸무게 120㎏, 암컷은 길이 112㎝, 120㎏이라고 합니다.
세이셸공화국을 차례로 식민지화했던 프랑스와 영국의 동물원에 있고, 지난해인가 후진타오가 세이셸에 방문했을 때 한 쌍을 인수해갔습니다. 그러니까 대전동물원은 알다브라 자이언트 거북을 보유한 세계 네번째 동물원이 된 겁니다.
거북을 대전에 시집보내는 미셸 대통령은 "거북은 첨단과학도시 대전과 세이셸공화국 간 우정을 상징하게 될 것"이라며 "대전과 세이셸이 긴밀한 협력관계로 발전하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성효 시장도 "멸종위기 동물인 알다브라 거북은 지구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것은 물론 대전이 지향하는 건강한 최장수 도시를 상징할 것"이라고 화답했습니다.
그런데 왜 세이셸공화국 대통령이 이명박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거북을 선물한다고 하지 않고 대전시장에게 거북을 선물했을까요?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겁니다.
우선 대전의 소주회사인 '선양'(맑은린이란 소주를 제조, 판매하고 있음)의 조웅래회장이 세이셸공화국에서 올해로 세번째 '에코힐링 국제마라톤대회'를 개최해왔다는 겁니다. 조 회장은 본인이 마라톤 마니아로 세계의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수십차례 완주한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의 세이셸 유입에 한몫 톡톡히 했겠죠.
두 번째는 이번에 박성효 시장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의 선임연구원을 한 분 데리고 갔는데, 세이셸에서 원하는 해저탐사 등에 우리 항우연의 기술을 적용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겁니다. 첨단과학도시 대전의 영향력이라고 할 수 있죠. 세이셸 환경부장관을 비롯해 정부부처 고위관계자들도 대전의 IT 등 과학기술 지원을 바라는 말들을 많이 하더군요.
다음은 박성효 시장의 거북 인수식 연설문 전문입니다.
존경하는 제임스 알릭스 미셸 대통령님과 다정다감한 세이셸공화국 국민 여러분. 여러분의 따뜻한 환대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 곳에 직접 와보니 왜 사람들이 세이셸을 ‘지상의 마지막 낙원’이라고 부르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말로만 듣던 세이셸의 코끼리 거북을 만나보니 왜 우리가 하나뿐인 지구를 가꾸고 보전해야 하는지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인간의 번영 뒤에는 자연에 대한 탐욕스런 지배가 있었습니다. 이 소중한 거북들이 멸종 위기 동물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동아시아에서는 예로부터 거북을 장수를 상징하는 신령스런 동물로 여겼습니다. 한국의 역사책에서 거북은 가락국 사람들이 시조왕인 김수로왕을 맞이하는 노래에 등장하고, 바다로 납치된 수로부인을 구출하는 동물로도 등장합니다. 천 살 먹은 거북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내려 옵니다.
조선시대 일본과의 전쟁에서는 조선의 이순신 제독이 거북 모양을 본뜬 군함을 건조해 일본해군을 전멸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거북은 한국인에게는 친숙하고, 신령스런 동물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큰 세이셸의 코끼리 거북을 대전동물원에서 처음 만나게 될 것입니다. 코끼리 거북은 최장수도시를 지향하는 대전광역시의 상징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전은 한국의 대도시 중 가장 친환경적인 도시입니다. 도심 속에 나무가 울창하고 3개의 하천이 도심 한가운데를 유유히 흐릅니다. 공기가 가장 깨끗하고 소음이 적은 도시입니다. 교통사고 발생건수가 가장 적고 가장 안전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평균수명이 한국에서 두 번째로 높습니다.
저는 3년 안에 대전을 평균수명이 가장 높은 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 푸른 숲이 우거진 도시로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세이셸 코끼리 거북은 이런 대전의 도시비전을 상징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세이셸공화국 제임스 미셸 대통령을 비롯한 세이셸 국민들의 따뜻한 환대에 경의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