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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ût de Daejeon

<대전맛집>산골짜기 초가집이 청국장으로 그렇게 유명해?

 오래 전에 청국장이 너무 맛있었던 집이 있었습니다. 자동차를 끌고 가지 않으면 갈 수 없는 집이어서 마음을 먹지 않고는 갈 수 없었던 집입니다. 오래간만에 그 청국장이 그리웠죠. 바로 대전 유성구 방현동의 <양사싯골>입니다.


<양사싯골>은 둔산에서 대덕대학 방향으로 가는 길 끝까지 갔다가 우회전해서 계속 직진하다가 신탄진 방향으로 좌회전하기 200m 전쯤에서 우측 산길을 따라 다시 200m쯤 올라가면 나옵니다. 좀 복잡하죠? 네비게이션에 <양사싯골>을 찍으면 나오는데 딱 산길 올라가는 표지판까지만 알려줍니다.


식당으로 쓰이는 이 집은 100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식당에 간판도 없고 들어오는 입구와 중간 쯤에 있는 표지판이 전부입니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청국장과 도토리묵. 토종닭 맛도 기가 막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가격이 예전에 왔을 때보다 오른 것 같군요, 청국장을 6천원 주고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한데 말이죠...


<양사싯골>은 20여 년 된 집이라고 하는데 청국장 맛을 잊지 못하는 마니아들로 점심시간이면 항상 분주합니다.

둘이서 묵채 하나와 청국장 둘을 주문했습니다.


사골과 무 등을 넣고 고아낸 육수에 청국장을 풀고 한소끔 끓이다가 두부와 호박, 파만 쫑쫑 썰어 넣었는데 그 맛이 기가 막힙니다.


도토리묵을 오늘은 묵채로 주문했습니다.

멸치육수에 도토리묵을 채썰어 넣은 뒤 묵은김치를 썰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김과 깨소금으로 마무리를 했죠.

멀지 않은 곳이 대전의 대표적인 토속음식인 <구즉묵마을>이죠. 이 집 도토리묵도 맛있군요...

밑반찬들도 하나같이 입맛을 땡기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제육볶음과 텃밭에서 금새 따온 것 같은 상추와 쑥갓, 된장, 배추겉절이, 깻잎, 느타리버섯, 동치미, 토란줄기, 그리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총각김치가 나왔습니다. 계절에 따라 반찬에는 조금씩 변화가 있답니다. 정말 토속적이면서 '내가 한국사람인 게 정말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절로 나는 집입니다. 식당이 위치한 산이 이 집 종가집 땅이고 선산이어서 묘지도 많고 텃밭도 많습니다. 음식 재료들은 모두 이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거죠.

제육볶음은 어디서 이런 돼지고기를 구해왔는지 정말 쫀득쫀득한 육질과 고추장 양념이 기가 막히게 조합을 이뤘습니다. 아쉬웠던 건 이날따라 돼지고기가 떨어져서 양이 평상시보다 적었다는 거죠. 제육볶음 한 접시만 해 달라고 하면 돈 받고 해주는데 고기가 떨어져서 주문도 못받는다는군요. 뭐, 그래도 이 정도 아쉬움은 청국장에 밥을 슥삭슥삭 비벼먹으면서는 까마득히 잊어버리기 마련이죠.

음식맛은 5점 만점에 5점인데 시골집 식당답게 종업원의 무뚝뚝함과 냅킨 달랬더니 두루마리 휴지를 주는 등 서비스는 2.5점입니다. 그래도 맛있어서 그 정도도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