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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ût de Daejeon

<대전맛집>진하게 우려낸 황태곰탕이 이런 은밀한 곳에...

대전 서구 만년동 사무실 근처를 지나치다 간판을 보고는 가보지 못했던 <옥분 황태곰탕>에 가봤습니다. 보신탕으로 대전에서 가장 유명한 집인 <평양옥> 건물 바로 옆 건물 3층에 가면 <KBS당구장>이 있는데 당구장을 지나쳐 구석진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런 곳에 식당을 차리다니 주인장 정신이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지만, 실내 분위기는 나름대로 깔끔하게 정돈돼 있더군요.

국내산 황태만을 쓴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인지 중국산 황태와 국내산 황태를 벽에 걸어두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중국산 황태는 가슴쪽이 불룩하게 튀어나온 반면 국산 황태는 등과 배가 거의 일직선입니다.

메뉴도 황태곰탕과 누룽지황태곰탕이 전부입니다.


황태는 명태를 자연상태에서 냉동건조를 반복하여 건조시킨 것을 말하죠. 이렇게 하면 살이 노릇노릇해지고 고소한 맛이 난나고 합니다. 황태가 명태보다 지방질이 적은 반면 칼슘과 단백질은 2배 가량 많다고 하네요.

숙취해소를 위해 많이 찾는 음식이 콩나물과 황태인데 콩나물에는 아스파라긴산이, 황태에는 메타오닌이란 아미노산이 각각 많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메뉴판에 기재되어 있듯 이 집은 저녁 때는 문을 열지 않습니다. 오전 11시 문을 열어 오후 3시에 문을 닫습니다. 왜 그러냐고 묻자 내일 점심을 준비하기 위해 그렇게 한다네요.

10시간 이상 진하게 우려냈다는 황태곰탕을 주문해봤습니다.


중구 중촌동 선치과병원 뒤의 <서울북어>가 깔끔한 오성급 해장국이라면, <옥분 황태곰탕>은 진한 국물이 일단 시골 가마솥에서 한참을 끓여냈을 법한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황태곰탕이면 황태곰탕이지 '옥분 황태곰탕'이냐고 이 집 주인장에게 여쭤봤습니다. 주인장 어머니의 함자 '정옥순' 여사의 '옥'자와 장모님 최순분 여사의 '분'자를 하나씩 따서 '옥분' 황태곰탕이라는 설명입니다.

술 서 말은 거뜬히 마셨던 아버지와 장인어른의 속풀이를 위해 구수하게 끓여냈던 어머니와 장모님의 황태곰탕을 전수받아 나름대로 개발했다고 하네요.


첨가물을 넣지 않고 황태를 푹 고아냈는지 진하긴 한데 밋밋한 맛입니다.

그래서 손님이 새우젓이나 소금으로 직접 뒷간을 해서 먹어야 합니다.


시원한 맛을 더 살리려면 아무래도 소금보다는 새우젓이 더 나은듯 합니다.

여기에 무김치와 배추김치를 곁들여 먹는데, 김치 맛이 아주 일품입니다.

 
이 집 주인은 충북 옥천군이 고향이라고 하는데, 원래 장례를 치르고 장지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육개장 등을 포장해서 배달하는 게 주업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장례문화가 많이들 화장으로 바뀌는 추세여서 수입이 줄어들어 직접 황태곰탕집을 열었다고 합니다.


저랑 함께 식사를 한 두 명의 후배는 <서울북어>를 사례로 들며 국물이 너무 진해서 느끼한 편이라고 하지만, 저는 시원하고 개운한 뒷맛이 좋았습니다. 특히 김치와 곁들여서 먹는 진한 국물이 썩 와닿는 맛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국물을 끝까지 다 들이켰습니다. 마치 보약을 마시듯이 말이죠.

 
문을 연지 2개월 여밖에 되지 않았다는 <옥분 황태곰탕>의 주인장이십니다. 외모에서 풍기는 포스만큼이나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고아낸 '황태곰탕' 국물에 자존심이 강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주인장이 자존심을 걸고 푹 고아낸 진하고 시원한 <옥분 황태곰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