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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ing & Talking

<걸리버여행기>를 왜 3D로 봐야 하는지 정말 짜증나네

딸과 함께 <나니아연대기3>를 4D로 보고, 오늘은 아내와 아들 녀석을 데리고 <걸리버여행기>를 3D로 봤습니다.

<나니아연대기3>를 4D로 봐야할 그 어떤 이유도 찾지 못했던 터라 <걸리버여행기>만은 2D로 보려 했지만 3D와 4D로만 개봉을 했더군요.

'무슨 이유가 있겠지...' 생각하며 <걸리버여행기>를 봤지만 정말 왜 이 영화를 색안경을 쓰고 앉아서 봐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습니다.

일반영화보다 무려 5천원이나 더 비싼 3D. <아바타>라면 3D로 봐야 하는 이유가 분명했지만 정말 이건 아니더라구요. 그냥 봐도 될 영화를 굳이 3D로 만들어 개봉하는 건 분명 장삿속입니다.  짜증부터 났었던 게 사실입니다.


어릴적 동화책으로만 읽었던 <걸리버여행기>는 조너선 스위프트의 소설이죠. 소인국, 거인국, 하늘을 나는 섬나라, 말의 나라 등을 여행하는 내용입니다. 당시 유행하던 미지의 세계를 기행하는 이야기입니다만 영국의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한 소설이라고 하지요.

2011년 개봉한 <걸리버 여행기>는 할리우드의 코드를 읽을 수 있는 영화입니다. 키 만큼이나 쪼잔한 소인배들이 사는 소인국, 릴리풋에 표류한 걸리버는 미국의 소시민입니다.


신문사의 우편배달 사원으로, 달시를 열렬히 짝사랑하죠. 그런 그에게 기회가 찾아옵니다. '표절'을 통해 버뮤다삼각지의 비밀을 파헤치는 기사를 쓸 적임자로 뽑히게 된 겁니다.


릴리풋의 경쟁국가로부터 납치 위기에 빠진 공주를 구하고, 화재 속에서 왕을 오줌싸기로 구해내면서 이 뉴욕의 소시민이 소인국의 영웅이 됩니다. 더구나 적국의 함대를 혼자서 무찌르기까지 합니다. 여기까지는 스위프트의 '동화'가 우리에게 들려준 그 낯익은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영웅으로서의 삶을 즐기던 걸리버에게 위기가 닥치죠.


생뚱맞게 등장한 릴리풋의 장군이자 공주의 약혼남인 에드워드가 아이언맨으로 등장한 겁니다.

릴리풋에서 쫓겨나 결코 가지 말아야 할 섬으로 유배를 당하게 되죠. 거기서 달시가 대신 버뮤다삼각지대의 비밀을 캐러왔다가 역시 릴리풋으로 표류한 달시가 붙잡혀 있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거인의 섬에서 인형이 되었던 걸리버는 탈출을 하고, 다시 로봇캅과 맞장을 뜹니다. 이제는 결코 물러서지 않는 할리우드의 영웅으로서 말이죠.


릴리풋의 왕과 경쟁국의 왕이 다시 격돌하려하자 걸리버는 미국식 '평화주의'를 락음악을 통해 개입합니다.  그냥 웃고 즐기는 신나는 락음악에 맞춰 평화를 외치는 걸리버에게 찌질이 소인들은 커다란 감동을 받습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걸리버는 대국인 미국의 표상입니다. 걸리버가 싸우지 말라면 싸움을 멈춰야 하는거죠. 물론 싸우는 건 나쁜 일입니다. 영화 <걸리버여행기>는 세계의 경찰 미국, 소련 해체 이후 이제는 중국이 소련을 대신하는 G2 세계구도에서 우월한 미국에 대한 향수가 짙게 그려진 그런 영화일 뿐입니다.

그냥 봐도 될 걸 굳이 색안경끼고 3D로 봐야 하는 강요까지 받으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