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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ing & Talking

<영화 다시보기>히스테리의 병적 구조가 반영된 '물랑루즈'

영화 <물랑루즈(Moulin Rouge>는 호주 출신 바즈 루어만 감독이 연출하고 니콜 키드먼과 이완 맥그리거가 비극적 사랑을 연기한 2001년 작품입니다. 뮤지컬 형식을 취했습니다.


19세기 말 프라스 파리 사교계의 정점인 물랑루즈에는 파리의 모든 권력과 돈, 그리고 남자들이 모여드는 장소입니다. 이 곳 물랑루즈의 아름다운 뮤지컬 가수 샤틴에게 모든 남자들의 시선이 집중됩니다.

하지만 자신의 신분상승과 성공을 위해 야심을 가지고 있던 샤틴은 아무에게도 관심을 내비치지 않습니다.

우연히 파리에 머물게 된 젊고 이상에 사로잡힌 시인 크리스티앙은 기인 화가 로트렉을 만나게 되고 그에게 이끌려 물랑루즈에 오게 됩니다.

한편 샤틴을 차지하기 위해 흑심을 키우던 몬로스 공작은 샤틴을 위해 화려하고 현란한 물랑루즈의 새로운 쇼를 열어주게 되고, 샤틴과 크리스티앙, 그리고 몬로스 공작 사이에 미묘한 삼각관계가 형성됩니다.

부르주아적 삶에 지쳐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물랑루즈라는 신비의 세계에 합류한 크리스티앙은 샤틴을 위해 자신을 헌신해 갑니다.

하지만 샤틴에게는 아무도 모르는 슬픈 운명이 놓여 있지요.


영화 <물랑루즈>는 '금기된 사랑'에 도전하는 비극(tragedy)의 전형적 구조를 보여 줍니다.

물랑루즈는 낭만과 사랑, 향락의 공간입니다.

그러나 이 공간의 여주인공 샤틴에게 사랑은 금기시된 그 무엇입니다.

이는 이 영화가 19세기 말의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로이트(Sigmund Freud)가 정신분석을 완성해 나간 것은 무엇보다 히스테리 연구를 통해서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히스테리(hysterie)의 라틴어 어원이 '자궁(hustera)'을 의미한 다는 거죠.

히스테리는 성적 억압에 의해 나타나는 징후이거든요. 우리나라 말에도 '노처녀 히스테리'란 말이 있다는 건 참 재미 있는 현상입니다.


프로이트가 살았던 19세기 말은 부르주아의 몰락이 극명하게 나타나던 시기였죠. 매춘이 극심했을 정도로 풍기문라이 심각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이는 제도적으로 성적 억압이 가해질 수밖에 없었음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제도적 억압과 개인의 성적 욕망이 충돌할 때 히스테리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는 히스테리의 병적 구조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춤과 노래로 자신의 욕망을 승화시키던 샤틴은 크리스티앙을 만나 억압과 분출이라는 두 에넞의 팽팽한 긴장상태에 놓이게 되고, 끓어오름에도 억누를 수 없는 욕망은 영화 속에서 '폐결핵'이란 징후로 나타납니다.

또한 방해자 몬로스 공작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이 두 청춘남녀의 애정행각은 영화 속에 또 다른 서사구조를 만들어냅니다. 이들이 공연하려는 연극이 바로 그것인데, 텍스트의 구조에서 이 연극이 이들의 욕망을 담아냅니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결국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입니다. 원래가 금지된 사랑이었기 때문이죠. 금지된 것에 대한 도전에는 반드시 응징이 따릅니다. 그 응징은 금기로부터 사회를 지탱시키는 '상징'으로 작용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