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메리칸 뷰티(American Beauty)>는 1999년 아카데미 감독상, 작품상, 남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 5개의 상을 휩쓸었던 작품입니다. 작품성은 물론 흥행에서도 성공적인 영화였죠. 케빈 스페이시와 아네트 베닝이 주연을 맡고 샘 맨데스가 연출했습니다.
다시 봐도 역시 재미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잘 정돈된 정원과 집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평온한 교외마을에서 시작됩니다. 한 직장에서 14년 동안 근무하고 있는 42살의 레스터 버냄은 부동산 일을 하고 있는 아내 캐롤린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 제인과 살고 있죠. 하루의 가장 짜릿한 순간이 고작 아침 샤워 시간의 자위행위인 레스터는 걸어다니는 시체처럼 무기력한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레스터는 아내의 손에 이끌려 딸 제인의 치어리더 공연을 보러 농구장에 가게 됩니다. 가족끼리의 의례적 행사라고 생각없이 간 그 곳에서 레스터는 딸의 친구인 안젤라에게 한 눈에 반해 버립니다. 지금까지 잊고 지내던 삶의 열정이 되살아나면서 그는 사춘기 감성으로 되돌아갑니다. 안젤라를 만난 후 레스터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장밋빛 환상을 꿈꾸며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삶을 거부합니다.
지긋지긋하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70년대 유행하던 스포츠카를 사고, 젊었을 때 피웠던 대마초도다시 피우면서 안젤라가 원하는 멋진 근육질 몸매를 만들기 위해 운동도 시작합니다. 하지만 레스터가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발견하면할수록 아내와 딸과의 관계는 멀어져만 가게되죠.
이 영화는 제목이 전달하는 것처럼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아름다움은 표면적으로는 주인공 레스터의 아내인 캐롤인이 키우는 최고급 장미이고, 레스터가 욕망하는 안젤라의 육체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레스터는 누가 보더라도 무기력한 남자입니다. 신체적으로도 그렇고, 아내보다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두지도 못했죠. 이런 남자가 자기 딸의 친구인 안젤라를 욕망하면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꾸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레스터는 일반적인 통념이나 상식을 넘어서 자신의 성적 '환타즘만들기'에만 집착합니다.
주인공의 아내 캐롤린은 붉은 장미를 좋아합니다. 이들의 가정에는 식탁이나 거실의 테이블 위 화병에 항상 장미가 꽂혀 있습니다. 레스터가 안젤라를 상상하는 장면에서도 항상 장미가 등장하죠. 아내 캐롤린과 안젤라는 이처럼 이미지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즉 영화텍스트에서 아내와 안젤라는 하나의 형상을 서로 나누어 갖고 있는 것이죠.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꿈의 메커니즘을 말하면서 '응축(Verdichtung)'이란 정신적 가공을 통해 꿈의 원텍스트(잠재된 내용)에 숨겨진 여러 가지 관념이 하나의 단일한 이미지로 압축되거나, 혹은 하나의 관념이 여러 가지 다른 이미지로 반복 형상화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붉은 꽃은 일반적으로 '성적 욕망'을 나타내죠. 더구나 피처럼 붉은 색은 경고의 메시지처럼 느껴집니다. 마치 신호등의 예처럼 말이죠.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춘희(원제 동백꽃아가씨)>에서 비극적 여주인공의 이미지는 동백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그 이미지는 흰색이었다가 붉은 색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고급창녀인 여주인공이 붉은 꽃으로 표상되면 사랑을 나눌 수 없다는 뜻이 됩니다. 즉 붉은 색은 '욕망의 거부'를 상징화하고 있는 것이죠. 특히 서구의 전통에서 여성의 생리혈은 죄의식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레위기> 15장을 보면 여성의 생리에 대해 "그 여인의 누웠던 자리는 다 부정하며 그 앉았던 자리도 다 부정한즉 그 침상을 만지는 자는 다 옷을 빨고 물로 몸을 씻을 것이요, 저녁까지 부정할 것이며..."라는 구절까지 있을 정도죠. 지난 몇 십년 동안 여성운동은 자연적인 출혈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할 것을 일깨워왔습니다. 그러나 아직 많은 사회에서는 생리기간에 여성들에게 무엇을 금지시키며, 어떻게 그로부터 다른 사람을 보호할 수 있는가를 정한 규칙으로 여성의 생리를 이해해 온 것도 사실입니다.
<아메리칸 뷰티>에서 유난히 많이 등장하는 빨간 장미도 욕망의 실현 불가능성을 의미하며, 주인공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는 레스터의 옆집 남자 프랭크가 레스터를 총으로 쏴 살해할 때 식탁 위의 장미꽃이 피의 파편으로 연결되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즉 붉은 장미는 피처럼 무의식의 본능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인 것이죠. 이처럼 성적욕망으로 비쳐진 붉은 장미는 피와 결합함으로써 텍스트에서 '금기(taboo)'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붉은 장미의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는 캐롤린과 안젤라는 레스터에게 있어 '금기시된 성적 욕망'입니다. 즉 레스터에게 아내와 안젤라는 소유할 수 없는 대상, 즉 어머니의 형상을 나누어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때 레스터는 '팔루스(phallus, 남근을 의미하는 완전히 정신분석적 개념으로 해부학적인 개념인 페니스와는 구별)를 가질 것이냐, 거세당할 것이냐의 기로에 놓인 아이로 환원될 수 있습니다. 남근기를 거쳐 생식기로 넘어가는 과정에 놓인 이 아이는 거세 컴플렉스를 극복하고 정상적인 남성으로 성장하느냐의 기로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죠. '아이' 레스터는 어머니(아내)에게 다가서지만 아이의 욕망은 번번이 거부당합니다. 어머니는 아이의 욕망을 거부하고 아버지에게로 향합니다. 래스터의 아내가 관계를 맺고 있는 남자는 그래서 레스터의 아버지가 됩니다. 욕망이 좌절된 이 아이는 스스로가 아버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게 됩니다. 따라서 안젤라야말로 영화 속에서 진정 어머니 상을 구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주인공의 갈등은 안젤라와의 관계설정에서 정점에 다다르게 됩니다. 레스터가 조직화하는 망상 속에서 안젤라는 붉은 장미에 휩싸여 있죠. 이는 안젤라 역시 금지된 욕망의 대상임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겁니다. 이 때 레스터의 아내 캐롤린의 이미지는 아버지로 그 위치를 바꾸게 됩니다. '아이'가 어머니(안젤라)를 망상 속에서 욕망의 대상으로 만들며 자위행위를 하자 캐롤린은 "disgusting!(매스꺼워!)"이라며 제동을 겁니다. 이는 불가능한 욕망을 추구하는 아이에게 "불알을 까놓겠다"고 말하는 아버지의 목소리처럼 들립니다. 몽상 속에서 안젤라의 알몸을 장미 꽃잎으로 휘감아 놓은 것은 바로 레스터의 초자아(superego)입니다.
금지된 욕망을 추구하는 무의식적 본능에 '피의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죠.
다시 봐도 역시 재미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잘 정돈된 정원과 집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평온한 교외마을에서 시작됩니다. 한 직장에서 14년 동안 근무하고 있는 42살의 레스터 버냄은 부동산 일을 하고 있는 아내 캐롤린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 제인과 살고 있죠. 하루의 가장 짜릿한 순간이 고작 아침 샤워 시간의 자위행위인 레스터는 걸어다니는 시체처럼 무기력한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레스터는 아내의 손에 이끌려 딸 제인의 치어리더 공연을 보러 농구장에 가게 됩니다. 가족끼리의 의례적 행사라고 생각없이 간 그 곳에서 레스터는 딸의 친구인 안젤라에게 한 눈에 반해 버립니다. 지금까지 잊고 지내던 삶의 열정이 되살아나면서 그는 사춘기 감성으로 되돌아갑니다. 안젤라를 만난 후 레스터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장밋빛 환상을 꿈꾸며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삶을 거부합니다.
지긋지긋하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70년대 유행하던 스포츠카를 사고, 젊었을 때 피웠던 대마초도다시 피우면서 안젤라가 원하는 멋진 근육질 몸매를 만들기 위해 운동도 시작합니다. 하지만 레스터가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발견하면할수록 아내와 딸과의 관계는 멀어져만 가게되죠.
이 영화는 제목이 전달하는 것처럼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아름다움은 표면적으로는 주인공 레스터의 아내인 캐롤인이 키우는 최고급 장미이고, 레스터가 욕망하는 안젤라의 육체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레스터는 누가 보더라도 무기력한 남자입니다. 신체적으로도 그렇고, 아내보다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두지도 못했죠. 이런 남자가 자기 딸의 친구인 안젤라를 욕망하면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꾸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레스터는 일반적인 통념이나 상식을 넘어서 자신의 성적 '환타즘만들기'에만 집착합니다.
주인공의 아내 캐롤린은 붉은 장미를 좋아합니다. 이들의 가정에는 식탁이나 거실의 테이블 위 화병에 항상 장미가 꽂혀 있습니다. 레스터가 안젤라를 상상하는 장면에서도 항상 장미가 등장하죠. 아내 캐롤린과 안젤라는 이처럼 이미지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즉 영화텍스트에서 아내와 안젤라는 하나의 형상을 서로 나누어 갖고 있는 것이죠.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꿈의 메커니즘을 말하면서 '응축(Verdichtung)'이란 정신적 가공을 통해 꿈의 원텍스트(잠재된 내용)에 숨겨진 여러 가지 관념이 하나의 단일한 이미지로 압축되거나, 혹은 하나의 관념이 여러 가지 다른 이미지로 반복 형상화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붉은 꽃은 일반적으로 '성적 욕망'을 나타내죠. 더구나 피처럼 붉은 색은 경고의 메시지처럼 느껴집니다. 마치 신호등의 예처럼 말이죠.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춘희(원제 동백꽃아가씨)>에서 비극적 여주인공의 이미지는 동백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그 이미지는 흰색이었다가 붉은 색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고급창녀인 여주인공이 붉은 꽃으로 표상되면 사랑을 나눌 수 없다는 뜻이 됩니다. 즉 붉은 색은 '욕망의 거부'를 상징화하고 있는 것이죠. 특히 서구의 전통에서 여성의 생리혈은 죄의식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레위기> 15장을 보면 여성의 생리에 대해 "그 여인의 누웠던 자리는 다 부정하며 그 앉았던 자리도 다 부정한즉 그 침상을 만지는 자는 다 옷을 빨고 물로 몸을 씻을 것이요, 저녁까지 부정할 것이며..."라는 구절까지 있을 정도죠. 지난 몇 십년 동안 여성운동은 자연적인 출혈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할 것을 일깨워왔습니다. 그러나 아직 많은 사회에서는 생리기간에 여성들에게 무엇을 금지시키며, 어떻게 그로부터 다른 사람을 보호할 수 있는가를 정한 규칙으로 여성의 생리를 이해해 온 것도 사실입니다.
<아메리칸 뷰티>에서 유난히 많이 등장하는 빨간 장미도 욕망의 실현 불가능성을 의미하며, 주인공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는 레스터의 옆집 남자 프랭크가 레스터를 총으로 쏴 살해할 때 식탁 위의 장미꽃이 피의 파편으로 연결되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즉 붉은 장미는 피처럼 무의식의 본능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인 것이죠. 이처럼 성적욕망으로 비쳐진 붉은 장미는 피와 결합함으로써 텍스트에서 '금기(taboo)'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붉은 장미의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는 캐롤린과 안젤라는 레스터에게 있어 '금기시된 성적 욕망'입니다. 즉 레스터에게 아내와 안젤라는 소유할 수 없는 대상, 즉 어머니의 형상을 나누어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때 레스터는 '팔루스(phallus, 남근을 의미하는 완전히 정신분석적 개념으로 해부학적인 개념인 페니스와는 구별)를 가질 것이냐, 거세당할 것이냐의 기로에 놓인 아이로 환원될 수 있습니다. 남근기를 거쳐 생식기로 넘어가는 과정에 놓인 이 아이는 거세 컴플렉스를 극복하고 정상적인 남성으로 성장하느냐의 기로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죠. '아이' 레스터는 어머니(아내)에게 다가서지만 아이의 욕망은 번번이 거부당합니다. 어머니는 아이의 욕망을 거부하고 아버지에게로 향합니다. 래스터의 아내가 관계를 맺고 있는 남자는 그래서 레스터의 아버지가 됩니다. 욕망이 좌절된 이 아이는 스스로가 아버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게 됩니다. 따라서 안젤라야말로 영화 속에서 진정 어머니 상을 구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주인공의 갈등은 안젤라와의 관계설정에서 정점에 다다르게 됩니다. 레스터가 조직화하는 망상 속에서 안젤라는 붉은 장미에 휩싸여 있죠. 이는 안젤라 역시 금지된 욕망의 대상임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겁니다. 이 때 레스터의 아내 캐롤린의 이미지는 아버지로 그 위치를 바꾸게 됩니다. '아이'가 어머니(안젤라)를 망상 속에서 욕망의 대상으로 만들며 자위행위를 하자 캐롤린은 "disgusting!(매스꺼워!)"이라며 제동을 겁니다. 이는 불가능한 욕망을 추구하는 아이에게 "불알을 까놓겠다"고 말하는 아버지의 목소리처럼 들립니다. 몽상 속에서 안젤라의 알몸을 장미 꽃잎으로 휘감아 놓은 것은 바로 레스터의 초자아(superego)입니다.
금지된 욕망을 추구하는 무의식적 본능에 '피의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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