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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ût de Daejeon

<대전맛집>'포챠오'에 가면 영화 연인(L'Amant)이 떠오르는 이유

1991년인가 1992년쯤 장 자끄 아흐노(Jean-Jacques Arnaud) 감독의 영화 <연인(L'Amant>을 보고 베트남이란 나라에 대한 열정같은 게 생겼습니다. 그 나라를 여행하고픈 그런 욕망말입니다.

<내 사랑 히로시마(Hiroshima mon amour)>의 저자 마흐그리뜨 뒤라스(Marguerite Duras)의 또 다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였습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베트남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고, 식민지 베트남에서 살고 있는 프랑스 여자 아이(여고생?)와 중국인 성인남자의 러브스토리를 뼈대로 한 영화였죠. 그 영화를 보면 거대한 메콩강이 흐리고, 강변에 전적으로 베트남적이면서도 프랑스 풍이 교묘히 뒤섞인 레스토랑에서 이 어울리지 않는 연인이 식사를 하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는 결혼을 하면 신혼여행을 베트남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었죠. 몇 년 후 결혼을 하게 됐지만 아내의 의견을 존중할 수밖에 없어서 전혀 다른 느낌의 여행지를 선택했습니다. 결국 베트남 여행이란 욕망을 충족한 건 한참 후의 일이 됐습니다.

그러던 차에 대전에 베트남쌀국수 전문점이 생기기 시작한 2000년 전후의 일인 것으로 기억됩니다.

대전 중구 문화동 기독교연합봉사회관과 중구 은행동의 무슨 패션백화점인데 이름은 잘 생각이 나지 않는군요. 어쨌든 은행동 베트남쌀국수 집은 없어졌고, 기독교봉사회관의 <포챠오>는 지금도 즐겨 가는 집이 됐습니다. 지금은 곳곳에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이 많이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그저 그렇고 그런 프랑스의 작은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가 납니다. '포'는 베트남어로 '쌀국수'를, '챠오'는 '안녕하십니까'라는 뜻이라는 군요.


여느 베트남쌀국수 전문점과 마찬가지로 <포챠오>도 월남쌈과 쌀국수가 주요 메뉴입니다.


오늘도 다른 날처럼 월남쌈 2인분과 쌀국수를 라지(large) 사이즈로 두 가지 주문합니다. 하나는 베트남쌀국수의 오리지널격인 양지차돌쌀국수, 또 하나는 해물쌀국수입니다.


라이스 페이퍼와 단무지, 양파, 김치, 땅콩소스와 베트남식 소스가 나옵니다. 월남쌈을 둘둘말아 이 두 가지 소스를 번갈아가며 찍어 먹으면 됩니다.


라이스 페이퍼를 이 레몬이 담겨진 따끈한 물에 담갔다가 각자의 자리에 놓인 도마 같은 것에 올려 놓고 각종 재료들을 싸서 먹는 거죠.


파인애플, 사과는 물론 피망, 부추, 팽이버섯, 맛살, 당근, 양배추, 숙주나물 등 각종 야채와 소고기, 쌀국수, 깻잎, 새우 등을 라이스 페이퍼에 올려 놓고 둘둘 말면 됩니다.


이런 식으로 말아서 한 번은 달콤한 땅콩소스에, 한 번은 매콤새콤한 베트남 소스를 찍어서 먹습니다.

다음은 본격적으로 쌀국수를 먹을 차례입니다. 쌀국수는 프랑스 식민지 시절 프랑스식 뽀토프(pot-au-feu)에서 유래했다고 하더군요. 국물 요리를 즐기는 한국인의 입맛에도 딱 맞는 듯 합니다.


양지차돌쌀국수는 사골을 양지머리와 함께 깊게 우려낸 국물이 시원한 느낌입니다. 매콤한 소스와 달콤한 소스 두 가지가 식탁 위에 올려져 있는데 이걸 적절하게 배합해서 찍어 먹으면 맛이 좋습니다. 국물과 면을 먹을 때는 숙주나물과 양파를 넣어서 함께 먹습니다. 베트남 사람들처럼 톡 쏘는 향을 느끼며 먹고 싶다면 코리엔더를 달라고 하면 됩니다.


해물칼국수도 국물 기본은 마찬가지입니다. 거기에 그린홍합과 홍합, 새우, 오징어 등을 잔뜩 넣었는데 재료가 과할정도로 많다는 느낌입니다.


한국인 입맛에도 맞는 베트남쌀국수 전문점들이 많이 생겨났지만 <포챠오>는 분위기며 맛에서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