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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ire sans dormir

어머나! 전통시장의 즐거운 변화

"여기가 전통시장 맞아요?"
대전에는 전통시장이 상당히 많습니다. 옛날 고속도로가 뚫리기 전까지 대전은 영남과 호남에서 소매상인들이 물건을 사러 오는 도매시장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전국이 1일 경제권이 되면서 부산과 광주 상인들이 서울로 직접 가게 됐죠. 그러면서 대전은 더 이상 도매상권의 중심지가 아닙니다.

             대전역 앞 중앙시장

전통시장은 '서민경제의 상징'입니다. 그래서 이명박대통령도 친서민정책을 보여주기 위해 전통시장에 들러 오뎅도 먹고, 할머니와 포옹하는 장면을 연출해 전 국민에게 보여 줍니다.
선거철에는 가관입니다. 전통시장 한 번 가보지도 않던 정치인들이 선거철만되면 전통시장을 밥먹듯 갑니다. 사람들 만나 악수하러 가죠.

전통시장은 매력이 있습니다. 우선 가격이 쌉니다. 박성효 대전시장이 전통시장 시설 고쳐주는 건 계속하되 매출을 증진시켜줘야 한다며 우선 공무원 노동조합과 합의해 공무원들이 월급에서 일정액을 전통시장 상품권으로 구매했죠. 이런게 대전지역 은행, 대학교, 기업 등으로 확대되면서 저도 30만원 어치를 3개월에 나눠 사서 중앙시장, 문창시장, 한민시장 같은 데 가서 물건도 사고 밥도 사먹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뭐 이딴 짓을 하느냐고 투덜투덜했는데 상인들과 에누리하는 맛도 재밌고, 물건 값이 싸서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전통시장을 살리는데 나도 작지만 한 몫 한다는 그런 기분도 들었구요.

전통시장은 또 옛날의 추억이 있습니다. 어릴적 어머니 손 잡고 콩나물이며 두부며, 시금치 같은 걸 사러 갔죠. 어머니는 물건 값을 에누리하고, 상인은 값은 안 깎아주면서 덤을 얹져 주곤 했습니다. 생선을 고르면 생선가게 아저씨가 칼로 내장을 발라 비닐봉지에 싸서 줍니다. 전통시장에서 산 생선을 구워서 저녁반찬으로 내 놓으면 맛이 얼마나 좋았던지... 우리 집에는 고양이가 있어 어머니는 고양이 먹을 생선도 사곤 했습니다.

전통시장에 가면 사람사는 냄새가 납니다. 에누리에 덤, 세상사는 이야기들이 전통시장에 다 있습니다. 전통시장에 가면 특별한 가게들도 있습니다. 문창시장에 가면 보리밥이 전식으로 나오고, 감자전과 해물칼국수, 팥칼국수 등을 정식으로, 후식으로 식혜를 내놓는 감자바위골이 있는데 줄 서서 먹을 정도지요. 중앙시장에는 과자가게(센베이 같은 것들)가 있는데 5천원 어치면 막 퍼줍니다.

이런 전통시장에 백화점이나 할인마트에서나 볼 수 있는 카트기가 등장했습니다.
대전시가 대전상인회에 지원해서 중앙시장, 문창시장, 도마시장 3곳에 시범 배치했다고 합니다. 카트기 뿐만 아니라 희망근로를 활용해 무거운 장 바구니를 차량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도 하고 있습니다. 배송서비스는 중앙시장과 문창시장 2곳에서 시범 운영중입니다.
고객들이 마구마구 이용하면 이런 서비스가 더 빨리 확대되지 않을까요?
신종플루 때문인지 전통시장에는 모두 손소독기가 3개씩 설치돼기도 했습니다. 대전시가 예비비를 긴급투입해 설치했다고 하네요.

 전통시장(중앙시장, 도마시장, 문창시장)에 등장한 소형카트기
 소형카트기를 끌면서 잔뜩 물건을 구입한 부부
                전통시장에 손 소독기가 설치됐다.

전통시장이 다소 불편하긴 합니다. 할인마트가 더 편리한 게 사실이죠. 하지만 우리가 조금만 마음을 고쳐 먹고 전통시장을 이용해 주면 전통시장이 살아나지 않을까요? 정이 넘치고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전통시장이 없어지면 슬퍼질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전통시장 살리는데 동참합시다.

 박성효 대전시장은 공무원들에게 '욕먹을 걸 각오'하면서 공무원들이 3개월간 월급의 일정부분으로 전통시장 상품권을 구매해 이용하도록 했다. 이 운동에 대전지역 기업과 공공기관들이 대거 동참했다. 사진은 한민시장에서 떡을 사고 있는 박성효 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