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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ire sans dormir

인도양의 잃어버린 낙원(2)..검둥이 여자의 외설스런 엉덩이

인도양의 잃어버린 낙원 세이셸 군도. 세이셸의 프라슬랭 섬과 뀌리외즈 섬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코코드메(coco de mer, 우리말로 굳이 옮긴다면 바다 야자). 이 신비로운 나무는 수많은 우화가 둘러싸고 있습니다. 이 나무가 처음 발견되었을 때까지 이 나무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거든요.

짙은 갈색이거나 검은색, 그리고 두 조각으로 나눠진 코코드메의 열매는 외설적으로까지 보인다.(프라슬랭 섬 발레 드 메 국립공원)

이 나무에 대해 사람들은 전설만을 이야기했습니다. 그 전설은 이 나무열매의 탄생을 인도네시아 자바 섬의 한 사내아이와 연결짓는 것이었습니다. 인도양에 닥친 난파의 유일한 생존자로서 금시조에 의해 구조돼 야자수 나무 중 하나에 놓여진 바로 그 아이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숭배되는 금시조는 오늘날 이 나라 항공사의 마스코트가 돼 있지요. 전설 속의 금시조는 발 사이에 소, 심지어는 코끼리를 움켜쥐고 운반할 수 있는 거대한 새입니다. 이는 수세기에 걸쳐 인도 말라바르(Malabar) 해안 주민들에게서 구전되어 온 이야기입니다. 이는 마찬가지로 이따금씩 바다를 떠다니다 연안에 밀려온 커다란 살색의 코코넛 열매를 해변에서 줍곤 했던 스리랑카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죠.

                                                          금시조(출처=daum)

그런데 이 야자열매는 항상 서쪽에서 왔고, 따라서 사람들은 열매의 근원지를 몰디브 섬에 국한시켰습니다. 바다를 건너왔다고 해서 코코드메, 즉 바다야자라는 이름이 붙었던 것이죠. 그러나 바다야자라는 이 이름이 잘못됐다는 사실은 곧 밝혀지게 됩니다.

짙은 갈색과 두 조각으로 나눠진 '암시적인' 형태 등의 이유로 사람들은 그 열매를 '검둥이 여자의 엉덩이(fesse noire)'라고 불렀습니다.

마리옹 뒤프레슨 탐험대가 프라슬랭이란 세례명을 얻은 세이셸 군도의 작은 섬에서 코코드메를 발견한 것은 1768년이었습니다. 그 섬은 바로 루이 15세 시대의 해양부 장관, 가브리엘 드 수아죌, 즉 프라슬랭 공작에 헌정된 섬입니다. 박성효 시장을 비롯한 대전시사절단이 코코드메를 발견한 것도 이 섬의 유명한 발레드메(Valée de mai/5월의 계곡) 국립공원에서입니다.

                            프라슬랭 섬의 이름은 프라슬랭 공작에서 땄다.(세이셸대통령궁)

수천 그루의 코코드메 나무가 계곡의 비탈을 덮고 있고, 가장 오래된 나무는 족히 800년은 족히 넘었다고 합니다. 높이도 35미터까지 클 수 있습니다. 나뭇잎은 야자열매의 크기에 따라 길이가 4~6m에 이르고, 폭도 2~4m나 됩니다. 그 나뭇잎들은 식물계에서 가장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요.

                발레드메의 코코드메 나무.

이 나무들은 암나무와 수나무로 나뉩니다. 수나무에는 1~2m 길이의 원통형 이삭들이 있고, 이는 미소한 노란색 별모양으로 된 꽃들로 뒤덮인, - 일종의 말씀드리기 다소 거북하지만 강력한 '페니스'입니다. 이 원통형 이삭 위로 화분(花粉) 생성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은 초록 제코(gecko/도마뱀)들이 습관적으로 배회합니다.

                           페니스 모양의 코코드메.<촬영=내일신문 김신일 기자>
         코코드메의 페니스를 오가며 모종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초록색 제코.<촬영=한겨레 송인걸 기자>

암나무의 이삭들도 길이가 1~2m 가량이며, 두께가 5~13m인 초록 빛깔이 도는 꽃이 핍니다. 씨앗은 2조각으로 나뉘어져 있고, 2개의 조각은 마치 시암 쌍둥이처럼 붙어있죠. 전체 덩어리는 10~22kg입니다. 이는 식물계에서 가장 큰 과일로 기록돼 있습니다. 이 열매는 나무줄기에 5~8년간 매달려 있다가 땅에 떨어지는데, 이는 뉴턴이 사과가 떨어지는 걸 바라보며 느꼈던 것보다 더 주목할만한 위험을 관광객에게 무릅쓰게 하죠.

코코드메를 보면 자연은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암 야자수는 25년이 되어서야 열매를 맺기 시작하거든요. 각 씨앗은 여무는데 7~8년이 걸리고, 싹이 트려면 3년 이상이 걸립니다. 발아과정은 그야말로 스펙터클입니다. 거대한 씨앗이 숨김없이 음부를 노출하고, 싹이 2개의 조각을 각각 구분하는 접합부의 털뭉치에서 드러날 때는 자극적이기까지 합니다.

    암 코코드메가 2조각으로 서서히 구분되어가고 있다.

씨앗이 미숙할 때는 너무 무거워 바다에 떠 있을 수 없고, 모든 발아 가능성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바다에 뜰 수 있게 됩니다. 이에 따라 세이셸의 어떤 코코드메도 몰디브나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멀리 떨어진 연안에서는 결코 발아하지 못했습니다. 코코드메가 세이셸의 섬에서만 발견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특히 코코드메 열매 중 정말 번식력이 있다고 해도 자신의 종을 영속시키려면 암수의 씨앗이 충분히 가까운 거리에 있어야 합니다. 통계학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겠죠. 여기에 코코드메가 족생(簇生), 즉 뭉쳐서 번식하는 종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족생하는 코코드메는 세이셸의 프라슬랭과 뀌리외즈 섬에서만 볼 수 있다.

코코드메의 학명은 '로도이세아 말디비카(Lodoïcea Maldivica)'입니다. 1768년 마리옹 뒤프레슨 탐험대에 이어 1771년 식물학자 코메르송이 루이 15세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루이(Louis)'의 라틴어 명칭인 '로도이세아'를 부여한 것이죠. 이 이름 뒤에 따라붙는 말디비카는 앞서 말씀드렸듯 코코드메가 서쪽 해안에서 발견되다보니 몰디브 섬에서 온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코코드메가 세이셸에서만 자라며, 결코 몰디브에서 자라지 않는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 명칭은 국제식물용어 규칙에 따라 유지되고 있습니다.

가이드 조반 씨로부터 코코드메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박성효 대전시장.

최근 몇 세기 동안 세이셸의 야자수는 지나친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급격하게 쇠퇘했습니다. 이를 자각한 세계는 이 종을 보호할 목적으로 그 때부터 직접적인 수확을 통제했고, 열매의 판매는 세이셸 정부의 독점대상이 됐습니다. 특히 발레드메는 유네스코가 세계인류유산으로 정해 입구 근처에서도 흡연조차하지 못하게 하더군요.

*인도양의 잃어버린 낙원 3편은 "아듀~ 세이셸, 알다브라 자이언트 거북"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