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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ire sans dormir

안개가 자욱한 세종시 현장을 가다

세종시 가는 길에 안개가 자욱했습니다. 마치 세종시의 앞날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정운찬 총리의 등장이후 세종시 원안 수정론이 고개를 들면서 이러쿵 저러쿵 정치적 난투극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11월 24일 아침이었습니다.
이날은 충청권 3개 시도지사가 '행정중심복합도시 원안 건설'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하는 날입니다. 대전에서 가는 박성효 대전시장과 이완구 충남지사의 마음도, 청주에서 가는 정우택 충북지사의 마음도 무거웠을 겁니다. 안개가 너무 짙어 불과 10m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그런 길이었으니까요. 충청권 지도자들에게 그 안갯길은 세종시의 앞날과 같았을 겁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원안 건설을 촉구하는 충청권 시도지사. 왼쪽부터 박성효 대전시장, 정우택 충북지사, 이완구 충남지사.

이날 박성효 시장은 "안개가 자욱하다. 마치 세종시의 앞날을 보는 것 같다. 오늘 이 자리는 충청도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전달하는 자리"라고 했습니다.

정우택 지사는 "국론분열과 지역갈등, 5백만 충청도민을 좌절감에 빠트리는 세종시 수정 중단을 촉구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고 했습니다.

이완구 지사는 "수정론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효율의 문제를 들고 나오지만 국가경영에 있어 효율보다 무서운게 무형의 가치, 즉 신뢰와 믿음"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공동성명서는 한 줄씩 나눠서 발표했습니다.

박성효 시장은 "더욱 심해지고 있는 수도권 일극 집중에 따른 부작용을 시정하고 국가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민적 합의로 결정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은 반드시 원안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우택 지사가 이어 "행정중심복합도시 원안에 기 포함돼 있는 자족기능과 그동안 수많은 논의를 통해 해소된 행정비효율 문제를 재론하는 것은 국론분열과 국가정책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있으므로 명분 없는 수정 움직임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완구 지사가 "정부는 논란을 하루빨리 종식시키고 국력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행복도시 원안 추진에 대한 공식 입장을 조속한 시일 내 국민 앞에 밝혀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끝을 맺었습니다.

 공동성명서를 들고 기자들의 촬영에 응하고 있는 정우택 충북지사, 박성효 대전시장, 이완구 충남지사(왼쪽부터)

기자들의 질문에는 세종시를 바라보는 각 시도지사의 개인적 생각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박성효 대전시장은 세종시 역차별론을 이야기했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세종시 건설을 이유로 대전이 기업도시니 혁신도시니 지정하면서 철저히 배제당하고 역차별을 당했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종시 수정론이 제기된다는 게 당혹스럽다는 겁니다. 국회가 합의하고 국민이 공감한 세종시를 백지화시키는 건 무리다. (세종시 원안 수정을 위해)이 것 저 것 주워 담는 느낌이라고 했습니다. 인근에 35년간 정부가 키워온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있는데 과학이 중심이 되는 신도시를 또 건설한다면 도시간 상생, 보완구도가 아니라 수탈적 경쟁구도에 놓이게 될 거란 우려도 쏟아냈습니다.

이명박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세종시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인 가운데, 정우택 지사는 정부의 수정안이 확정돼 나오면 충청권 시도지사들이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다시 논의하겠다고 했습니다. 또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에 대한 개정이나 폐기 등 결정의 시점이 오면 국회와 정치권에서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표결로 부결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으로 해석됐습니다. 친박근혜계가 세종시 원안 수정에 반대하고, 야당들이 반대하고 있는 많큼 부결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감 말입니다.

이완구 지사는 대통령이 세종시 방향에 대해 결심이 서지 않았다고 본다며 대부분의 공세를 정운찬 총리에게로 돌렸습니;다.그러면서 그는 대통령께서 말씀을 한다면 그건 국면전환용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을 밀어붙이지만은 못할 것이란 기대로 보였습니다.

박성효 시장은 정부가 세종시를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건설한다는 목적 아래 보상을 거쳐 토지를 확보한 만큼 목적대로 추진돼야 상식적이라고 했습니다. 주민들이 목적이 달라진만큼 환매해달라고 요구하면 어쩔거냐고 엄포도 놨습니다. 인근 산업단지나 다른 지역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세종시에 입주하는 기업에 특혜를 주면 다른 산업단지나 지역은 자구노력해야 한다는 건데 어떤 기업이 그 지역으로 가겠느냐고도 했습니다.

공동성명서 발표를 보면서 느낀 건 세종시의 앞날이 안갯속이란 점도 있지만, 우리나라 대통령의 마음도 참 안갯속이란 겁니다. 어떤 신문기사에서 본 것 같은에 쇠고기파동도 양질의 저렴한 쇠고기를 국민들이 먹을 수 있도록 하자는 건데 국민의 생각을 먼저 읽지 않아 촛불시위로 전국이 시끌시끌하지 않았습니까.

더 좋게 발전시켜 주겠다는데 왜 그러느냐가 아니라 국민과의 약속을 먼저 생각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대통령이라면 문제가 정말 심각합니다. 대통령 당신께서 후보시절 수 차례나 약속하신 사항아니냐 이겁니다. 이 것보다 중요한 게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9부 2처 2청' 원안대로 추진하고, 자족이 문제이건 효율이 문제이건 보완하자 이겁니다.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와 충북 오송 의료단지를 연결한 과학벨트를 넣던지, 서울대,고려대,KAIST 분교를 넣든지 지금 논의하는 대책으로 보완하면 될 것 아니냐 이겁니다.

참 답답합니다. 이 답답함이 어찌 저 개인뿐이겠습니까?
아니면 진짜 천도 한 번 추진해서 역사적인 일을 하시든가요? 행정부 모조리 내려보내고, 국회도 내려보내고, 헌재가 청와대는 안 된다고 하니 국민투표 부치자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