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산불패(屯山不敗)’ 신화 깨지나

도안신도시․세종시 매매시장 뒤흔들 이동물량… 학군수요마저 줄어 전입감소 추세

 

                            둔산불패의 상징처럼 여겨져온 대전 서구 둔산1동 크로바아파트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개포우성, 선경, 미도아파트를 흔히 강남의 ‘빅3’라고 부른다. 중대형 아파트의 집적 비율, 지하철 등 대중교통 접근성, 대규모 상권과의 인접성 등이 우수하다는 게 강점이다. 여기에 ‘강남불패’ 신화를 이끈 교육여건이 있다. 대치초와 대곡초, 대청중이 이들 단지 주변에 근접해 있고, 유명 학원들이 아파트 단지 건너편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대전에서 대치동과 비슷한 입지조건을 갖춘 곳이 서구 둔산1동이다. 크로바, 목련 아파트로 대변되는 지역이다. 대전의 집값 상승을 주도하며 ‘둔산불패’라는 말을 낳았다. 한밭초, 탄방중, 충남고로 이어지는 ‘둔산 8학군’에 길 건너편 탄탄한 사교육 인프라까지 ‘둔산에 살면 대학 진학에 유리하다’는 믿음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교육여건이 둔산 집값을 떠받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던 것.

 

이런 둔산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둔산이 노후화되면서 불패신화가 흔들리고 있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 둔산의 중상류층이 대거 도안신도시로 이동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여전히 ‘교육특구’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젊은 층의 유입은 감소하고 노장년층의 이탈은 급증하고 있다.

 

◇‘젊은’ 도안이 ‘늙은’ 둔산 대체

 

 

둔산의 노후화와 도안신도시 등 대체단지의 출현으로 둔산불패의 신화가 깨지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114 대전충청지사에 따르면, 대전의 아파트 시세는 2010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상승했다가 지난해 11월 말 처음으로 평균 -0.05% 하락했다. 17개월 만이다. 이후 올 4월말까지 평균 -0.42% 떨어졌다. 이 기간 둔산이 견인해 온 서구 아파트 값은 이보다 하락폭이 더 큰 -0.54%.

 

실제 둔산불패 신화의 주역인 목련, 크로바아파트는 올해 들어 거래가 실종된 상태. 부동산시장에서는 지난 2010년 상반기 수준에서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매수세는 자취를 감췄다.

 

둔산의 공인중개사무소들을 돌며 지난 2006년 1월부터 크로바 135㎡(41평)의 실거래가를 들여다봤다.

 

향이나 동별로 시세가 다를 수 있지만 7층 기준으로 5억 2500만원에 거래된 이후 이듬해 3월 5억 8500만원까지 치솟았다. 2009년 4월 4억 9600만원에서 같은 해 7월 5억 2500만원, 2010년 5월 5억 원에 각각 매매가 이뤄졌다. 대전 집값이 고공행진 중이던 2010년 10월 5억 5천만 원에 거래가 이뤄진 이후 계속 이 가격대(+500~1000만원)를 유지했다. 지난해 10월 6층 아파트 한 채가 5억 7천만 원에 팔린 게 최근 가장 높은 시세였다. 11월 9층 아파트 두 채가 각각 5억 6400만원과 5억 6천만 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12월 7층 아파트가 5억 4천만 원에 팔린 후 거래가 자취를 감췄다.

 

목련아파트 138㎡(42평)도 엇비슷한 수치를 나타냈다.

 

2006년 11월 8층 아파트가 5억 7천만 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이듬해 12월 4억 9500만원으로 떨어졌다. 2008년 5월 4억 9천만 원에서 2010년 2월 최저점인 4억 5천만까지 내려갔다. 2010년 11월 4억 9700만원으로 반등해서는 역시 이 가격대(+500~1000만원)에서 보합세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6층과 12층 아파트가 각각 4억 5천만 원에 팔린 후 거래가 사라졌다.

 

지난 6년여 간의 실거래가 분석결과, 목련, 크로바 아파트는 이미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없는 단지로 전락해 있었다. 더구나 최근에는 ‘젊은’ 도안이 ‘늙은’ 둔산을 대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대전도시공사와 지역 부동산업계는 도안 9블록 트리풀시티의 경우 30%가량이 둔산에서, 20% 정도가 노은에서 각각 입주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성백조가 도안 7블록에 공급, 2014년 6월 입주예정인 ‘예미지’는 둔산 21%, 노은 15%가 계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호반건설이 도안 2블록에 분양한 ‘베르디움’은 서구, 유성구 계약자가 전체957 세대의 70%에 이르렀다고 집계했다.

 

이밖에 3블록 한라비발디, 8블록 신안인스빌, 17-1블록 현대아이파크, 17-2블록 계룡리슈빌 등을 모두 합하면 둔산, 노은에서 빠져 나왔거나 빠져 나올 세대는 수천세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대전 아파트 매매시장을 흔들고도 남을 정도의 이동물량이다.

 

익명을 요구한 둔산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노후화된 데다 과밀개발로 재건축도 사실상 불가능한 둔산을 떠나 도안이나 세종시로 이동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여기에 둔산에서 노은으로 갔다 다시 도안으로 향하는 추세”라고 했다. 그는 “둔산 지역 시세는 조정기를 거쳤다가 다시 반등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내림세가 예사롭지 않다”고도 했다.

 

◇“교육특구, 굳이 둔산이 아니어도…”

 

목련아파트 네거리는 대전 최고의 학원들이 밀집해 있다. 둔산불패를 지탱해온 버팀목이었던 셈. 하지만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곳곳에 들어서면서 나름 유명세를 타는 학원들이 늘어났다. 굳이 둔산이 아니어도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

둔산이 누려온 ‘교육특구’로서의 위상에는 변함이 없지만 ‘굳이 둔산이 아니라도 괜찮다’는 의식의 변화도 읽혀진다. 몇몇 수치만으로 교육과 부동산 가격 변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단언할 수는 없지만 징후는 눈여겨 볼만하다는 얘기다.

 

대전서부교육지원청에 따르면 둔산지역 3개 중학교, 즉 탄방중, 문정중, 삼천중으로 전․입학한 학생 수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 2010년 3월 1일부터 이듬해 2월말까지 대전지역 내에서 105명이 이들 3개교로 옮겨왔지만, 2011년 같은 기간에는 59명으로 줄었다. 집값을 받쳐 주던 학군수요가 그만큼 없어졌다는 소리다.

 

자립형사립고의 등장도 종전 둔산 지역 명문고와 특목고 등으로 나뉘었던 상위권 학생들의 진학에 영향을 미친 요인이다. 둔산에서 학교배정을 받지 않고 자사고를 선택하거나, 어느 지역에 살더라도 둔산 수준의 고교에 진학할 수 있게 된 것.

 

 

지난 2011학년도부터 신입생을 선발한 서대전여고의 출신학교별 분포를 보면 탄방중 31명, 문정중 30명, 삼천중 24명 등으로 둔산 지역 학생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대성고도 마찬가지. 1~2학년의 출신지역별 현황에 따르면, 둔산동이 84명으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둔산 외 지역 중학생들의 진출도 뚜렷하다. 서대전여고는 글꽃중(문화동)이 27명으로 출신학교 중 세 번째로 많았고 신계중(복수동), 관평중(관평동), 노은중(노은동) 등 대규모 아파트단지 출신들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대성고도 송촌․법동, 유성구 노은․지족동, 중구 목동․태평동 등에서 진학한 학생이 많았다.

 

대성고 송당헌 교감은 “오는 6월 26일 국가학업성취도시험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대부분 상위 40% 이상의 학생이 입학하는 자사고의 등장이 권역별 학력 평준화에 기여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둔산의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전세 값은 신학기 이동수요와 봄 이사철 준비 수요가 오르면서 올라가는 경향이었는데 둔산은 예년에 비해 외부에서 유입되는 학군수요가 현저히 감소했다”며 “물량이 적체되면서 전세 값 하락세도 장기화될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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