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희사장의 삼진정밀 20년 풀스토리

소년은 1958년 충남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에서 4남1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내성적이고 모범적인 평범한 학창생활을 보냈다. 그의 부모는 맏아들 교육에 관심이 컸다. 마침 외삼촌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터라 서울 외가로 보내졌다.

내성적인 소년, 교수 꿈을 접다

                                                                     정태희 삼진정밀 대표

서울 영본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선린중학교에서 2학년까지 다녔다. 3학년 때 대전 대성중학교로 전학 왔다. 대전고 시험에 떨어진 그는 후기였던 대성고를 다녔다. 워낙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부모나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선생을 하라고 했다. 대학에서 경영학과를 나온 그는 이왕이면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싶어 대학원까지 나왔다. 시간강사로 근근이 살아가던 그는 같은 처지의 선배들을 보면서 갈등도 많았다.


시간강사로는 밥벌이가 되지 않았다. 무역회사에서 번역 일을 하다가 영업에 눈을 돌렸다. 어려운 일이었지만 적성에 맞았다. 보람도 느꼈다. 그렇게 나이 서른을 넘기면서 자괴감이 들었다. 이렇게 살다 흔적 없이 가는 건 무의미한 삶이라고 생각했다. 가슴이 저려왔다. 그러던 차에 어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졌다. 앞뒤 안 가리고 대전으로 내려왔다.

                                                       대전 대덕구 대화동 삼진정밀 본사 전경

아버지는 대전에서 가내 수공업 수준의 사업을 했다. ‘고무다라’도 만들고, 계량기 부품도 납품했다. 땀 흘린 만큼 보람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돈이 생기는 일이 아니었다. 청년은 아버지를 바라보며 더 나은 사업을 하고 싶었다. 열심히 만든 좋은 제품을 고객에게 파는 제조업이 마음에 들었지만 부가가치가 성에 차지 않았다. 청년의 가슴엔 응어리만 맺혔다. 현실이 답답하기만 했다. 신경안정제 없이는 잠도 이루지 못했다. 고부가가치 제조업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그에게 한 줄기 빛이 보였다. 그가 본 건 밸브산업이었다.


15평 임대공장, 1,500만원으로 꿈을 펼치다

                                                         인터뷰 도중 야외 휴게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독립한다고 하자 아버지가 서운해 했다. 그런 아버지를 떠나 15평의 작은 공장을 임대해 사업을 시작했다. 간신히 구한 1,500만원이 전부였다. 그가 영업을 맡았고, 현재 이 회사의 전무(기술고문)인 황경서(58) 씨가 기술개발을 책임졌다.
대전에 밸브라는 산업이 처음 시작됐다. 대덕구 대화동에 본사를 둔 ㈜삼진정밀은 그렇게 태어났다. 이 회사를 이끄는 그는 정태희(53) 사장이다.

 

올해로 삼진정밀이 창사 20주녀을 맞았다.
 
삼진정밀은 지난 4월 창사 20주년을 맞았다. 단 둘이서 시작한 회사는 계열사 3곳을 거느린 어엿한 중견기업이 됐다. 직원 수도 180여 명에 이른다. 2000년대 초반부터 상하수도 밸브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이제는 세계 10대 브랜드가 목표다.

정 사장은 삼진정밀의 성장을 바탕으로 꾸준히 사업영역을 확대해왔다. 2007년 재생용 플라스틱을 활용하는 환경업체인 삼진코리아, 오일, 가스 및 석유화학용 볼밸브 전문업체인 삼진JMC를 잇따라 세웠다. 최근에는 충남 천안의 자원재활용 기업을 인수했다. 이 회사는 철도나 지하철에서 사용되는 내연성 친환경소재 파스콘을 생산하는 SP&C다.

매일 새로운 꿈을 꾸다

정 사장이 임대공장에서 시작한 삼진의 20년은 결코 기적이 아니었다. 기술자인 황 전무가 15㎜ 가정용 밸브를 만들면 정 사장이 내다팔았다. 낮에는 영업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고, 밤에는 일손이 모자라 직접 스패너를 들고 조립작업을 했다. 지금은 4,000㎜ 대구경 밸브와 댐에 사용하는 밸브까지 생산한다. ‘지능형 관망 시스템(상수도용 스마트그리드)’이라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망라한 기술도 개발해 시판하고 있다.

유전이나 석유화학 분야에서 사용되는 특수밸브는 미국, 중동, 동남아 등 세계 20여 개국에 수출된다. 초정밀 밸브는 국내 유수의 폴리실리콘 생산기업에 공급한다. 폴리실리콘은 태양광의 기초 소재다. 포스코의 지원으로 영하 200도에서 사용되는 특수밸브도 만들어냈다. 이 특수밸브는 포스코의 초저온 라인에 설치됐다. 이 제품은 LNG(액화천연가스) 등 다른 초저온 라인에도 사용된다.

                                           정태희 사장이 회사 홍보관에서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5㎜ 가정용 밸브에서 시작한 삼진정밀의 성공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대표적 모델로 평가된다. 여기에는 기술개발이 회사의 경쟁력이라는 정 사장의 믿음이 있었다. 실제 삼진정밀은 우리나라 기계분야 중소기업 중 두 번째로 많은 특허를 보유한 회사다. 수입에 의존하던 대부분의 관련 기술을 국산화시켰다. 이런 힘은 삼진정밀을 창업 10여 년 만에 상하수도 밸브 업계 국내 1위에 올려놨다. 정 사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오일, 가스, 화학용 특수밸브 제조와 중공업 분야까지 진출했다. 그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기계라는 하드웨어에 시스템, IT 기술을 융복합하는 것.

“일신 일일신 우일신(日新 日日新 又日新). 세상은 화살같이 빠르게 변합니다. 매순간마다 새롭게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겠죠. 또 뭐든 오래하려면 바르게 제대로 하자는 겁니다. 이 두 가지 화두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하루도 잊지 않고 실천하려고 노력해온 덕목입니다.” 경영철학이 뭐냐고 묻자 그가 이렇게 말했다. 그의 꿈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이다.

 

사장 집무실에 걸린 사훈
 
* 즉 문 즉 답

가장 보람 있었을 때?
“2000년대 초반 부산지역이 중심인 국내 밸브산업에서 국내 1위로 등극했을 때의 짜릿한 감동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밸브산업 제로였던 대전에서 1위 업체로 키웠다는 보람이죠. 솔직히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나만의 보람이지만...”

가장 어려웠던 기억?
“1993년 대전엑스포 당시 납품했던 밸브가 잘못돼 물이 넘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시공 상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말이죠. 엑스포 시설이 침수될 위기를 막기 위해 콸콸 물이 나오는 밸브를 허리까지 빠지는 상황에서 발바닥으로 막고 두 시간을 버텼습니다. 그 때 침수 문제가 발생했다면 오늘의 삼진은 없었을 테죠.“

머릿속이 복잡할 때 찾는 취미활동?
“워낙 노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요. 노는 자리가 내게는 가장 어려운 자리죠. 바쁘게 사업에 몰두하느라 노는 법을 못 배운 탓도 큽니다. 좋은 취미를 만들려고 노력 중입니다. 다만 저녁에 시간이 나면 아내와 몇 시간이고 걷는 게 유일한 취미예요. 머리가 복잡할 때도 걷다보면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정치관이 있다면?
“크던 작던 기업을 하는 사람은 정치와 일정한 거리를 둬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모두가 다 행복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사리사욕 없이 노력하는 정치인을 좋아해요. 어디 그런 정치인 있으면 소개 좀 해 주세요.”

* 신 상 털 기

 

정태희 사장
 
▲출생년도 : 1958년 8월 7일(음)
▲출생지 : 충남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
▲혈액형 : O형
▲학력 : 대성고, 단국대, 단국대 대학원
▲경력 : 제조업 20년
▲가족관계 : 집사람과 1남2녀
▲병역 : 현역 3년 꼬박
▲취미 : 걷기
▲한 달 용돈 : 대중없으나 개인을 위해 사용 하는 게 용돈 이라면 약 20만 원 정도
▲보물 1호 : 가족과 회사
▲재미있게 읽는 책 : 꽤 책을 읽는 편이지만 머리가 심란 할 때마다 읽는 책은 생떽쥐페리의 ‘어린왕자’와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자주가는 장소 : 갑천변, 계룡산
▲좋아하는 음식 : 안 가림
▲가장 행복했던 순간 : 미국유학 중인 아이가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 ‘명예의 전당’에 올랐을 때
▲노래방 18번 : 바위섬
▲존경하는 인물 : 안철수
▲주량 및 흡연 : 술은 잘 안마시나 어쩔 수 없을 때는 조금 마심. 담배는 처음부터 전혀
▲스트레스 해소법 : 걷기, 잡초 뽑기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 : 좋아 하는 취미거리 만들기. 일 말고 몰두 할 수 있는 것?
▲저서 : 밸브 핸드북(홍릉과학 출판사, 공동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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