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순이' 국문학도 되다
원안의 소녀가 '포항 탁순이"다.소녀의 고향은 경북 포항. 철강회사 다니는 부친 덕에 쇠 소리 꽤나 들으며 자랐다. 소녀는 포항남부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탁구를 쳤다. 탁구 명문이라는 경주근화여중에 스카우트됐다. 고등학교도 근화여고로 진학했다. 남들 공부할 때도 탁구만 쳤다. 소녀는 스스로를 ‘탁순이’라고 했다.
체육특기생으로 대전 한남대학교에 진학했다. 체육과에는 빈자리가 없어 우연찮게 국문학과 학생이 됐다. 2학년 2학기에 접어들면서 ‘특기생’ 딱지를 뗐다. 소녀는 ‘탁순이’에서 ‘국문학도’로 변신했다.
대학 졸업을 앞둔 마지막 겨울방학. 고향 포항에서 취업준비를 했다. 텔레비전을 보다 포항MBC에서 방송작가를 뽑는다는 자막광고를 봤다. 시험을 치렀는데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교양 매거진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작가생활이 시작됐다. 1994년이 시작되는 무렵이었다.
방송작가, 과학을 말하다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었다. 대학 4년을 보낸 대전으로 향했다. 대전 KBS로 직장을 옮겼다. ‘6시 내고향’, ‘TV 과학저널’ 등의 구성 시나리오를 썼다. 과학저널을 통해 대덕연구단지의 과학자들과 인연을 맺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과학을 쉽게 알려 주는 방송을 하면서 과학커뮤니케이션이란 분야에 눈을 떴다. ‘바람이 불어요’, ‘두루미’ 같은 과학 동화도 썼다.
김대중 대통령이 ‘대덕밸리’를 선포한지 1년이 다가오던 2001년이었다. 7년 차 방송작가는 자신의 인생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혼자서 회사를 차렸다. 과학기술전문기획사 사장은 창업 후 첫 프로젝트를 맡았다. ‘대덕밸리 1주년 기념 전시회’였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허점투성이였다. 전시회가 하루 앞인데 전시대에 칠해 놓은 페인트는 마르지도 않았다. 겨우 오픈을 했는데 VIP들이 콘텐츠가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천신만고 끝에 첫 비즈니스를 그렇게 넘겼다. 이후 ‘대덕연구단지 30주년 기념 전시회’, ‘과학전람회 50주년 특별전’ 등 대덕특구의 역사현장을 연출하고 운영하는 전시컨벤션기획사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전시컨벤션에 멀티미디어 가상스튜디오를 적용했더니 반응이 괜찮았다. 아예 이 분야에 진출했다. 2004년이었다. 스포츠 중계를 하다가 두더지가 나와서 땅을 파기도 하고, 차가 지나가는 가상광고에 이 회사의 장비가 활용된다. KBS엔과 MBC미디어텍이 이 장비를 사갔다. 초등학교 영어체험교실, 대학 원격교육센터, 대기업 연수원 등 100개 사이트에도 판매됐다.
컨텐츠를 파는 문화기술 벤처사업가
이 회사는 최근 유성구 도룡동의 조용한 단독주택가로 회사를 옮겼다. 대전의 고급주택가가 모여 있는 곳이다. 유럽풍의 3층짜리 주택은 ‘피알존’(www.pr-zone.com)같은 창의적인 문화기술 벤처기업에게 제 격으로 보였다. 이곳에서 20명의 직원이 일한다. 이 회사를 이끄는 사장의 이름은 정해영. 우리 나이로 마흔이다. 아직 미혼인데, 결혼할 생각도 없어보였다.
정 사장은 올해 기대가 크다. 전국과학관투어전시회를 진행하고 있고, 한국조폐공사 60주년 기념사업도 총괄 대행하게 됐다. 며칠 전 조달청에서 세계조리사대회(WACS) PCO(국제회의기획업체)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이 있었는데, 피알존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뿐만 아니다. 얼마 전에는 중국의 바이어가 피알존을 방문했다. 가상 스튜디오의 해외수출 물꼬가 트인 것이다.
정 사장의 꿈은 피알존을 국내 굴지의 문화기술 벤처기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시키고, 회사 구성원들에게 대기업 수준의 복지혜택도 제공하고 싶다. “전시, 행사, 가상시스템이라고 하면 장비를 팔고 하드웨어를 판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콘텐츠를 팔고 가치를 파는 거죠.” 그의 눈이 반짝거렸다.
* 즉 문 즉 답 *
- 경영철학?
“회사 구성원 모두 행복해지는 회사를 만들자, 지역사회에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회사가 되자”
- 보람을 느낄 때?
“고객이 서비스가 만족스럽다며 프로젝트가 끝나고 삼겹살 살 때”
- 좌절감을 맛봤을 때?
“급여일, 회사 통장에 잔고가 없었을 때”
- 피알존의 술 문화?
“소맥(소주와 맥주의 혼합주). 우로 좌로 돌려 마시면서 동료의식 느끼기”
- 정치관?
“중소기업이 잘 돼야 모든 국민이 행복해진다는 철학을 가진 정당, 정치인은 우리 편”
* 신 상 털 기 *
▲출생년도 = 1972년 12월 20일(양력)
▲출생지 = 경북 포항시 학잠동
▲신체 = 키 : 160㎝, 체중 : 최근에 안 달아봤음. 혈액형 : B형
▲학력 = 포항남부초/경주근화여중/경주근화여고/한남대/공주대대학원
▲경력 = (전)방송구성작가, (전)공주대 겸임교수, 대덕이노폴리스벤처협회 부회장, 중기청 정책홍보자문위원, 민주평통자문위원, 대전시예산참여심의위원, 우리은행 명예지점장 등
▲가족 관계= 부 정석태, 모 이호태, 동생 정쌍철(직장생활)
▲병역 = "저 여자에요"
▲취미 = 영화, 드라마, 독서
▲한 달 용돈 = 비밀
▲보물 1호= 잡다한 분야의 책
▲재미있게 읽은 책= 어린왕자(쌩떽쥐베리), 피터드러커 자서전
▲자주 가는 장소= 서점
▲좋아하는 음식= 봉골레 파스타
▲가장 행복했던 순간 = 밤 새워 일하고 동트는 새벽녘의 맑은 공기를 느낄 때
▲노래방 18번 = 한 여름날의 꿈(SG워너비)
▲존경하는 인물 = 소설가 신경숙
▲주량 = 소주1병
▲스트레스 해소법 = 무조건 자거나 ‘소폭’ 몇 잔 하거나
▲지금 가장하고 싶은 일 = 필리핀 시골마을에서 한 달 간 칩거하기
▲저서 = ‘바람이 불어요’(웅진출판 2001), ‘두루미’(웅진출판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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