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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ire sans dormir

한국의 주커버그, 이상지를 주목하는 이유

“20살 때 페이스북을 창업해 세계적인 소셜 네트워크 기업으로 키운 마크 주커버그가 우리나라에서도 나올 수 있도록 열린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

이명박대통령이 2011년을 열면서 던진 ‘G20 세대’의 화두다. 과연 한국의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는 가능할까. "G20 세대‘가 나이로 한정할 수 없는 것이라면 ’대덕특구‘의 이상지(56) 박사는 준비된 ’주커버그‘다.

                  이상지박사는 준비된 한국의 주커버그다.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고 있고, 변화된 세상을 이끌 핵심기술을 개발했다. 좌절에도 쓰러지지 않는 ‘깡’도 있다. 그가 ‘한국의 주커버그’가 될 것이란 확신을 갖게 하는 이유다.

“나는 ‘꾼’이다”

이 박사는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부산 동래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73학번)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21년간 연구원으로 일했다. 책임연구원(실장)으로 퇴직하기 전까지 10년 이상을 디지털지도와 지리정보 시스템 분야에서 연구개발을 했다. KAIST에서 석사(정보통신)와 박사(영상정보) 학위를 받았다. 한국해양연구원에서도 2년 간 ‘해양지도’ 분야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했다.

“ADD에서 근무할 때 거의 10년 이상을 매일 8시간씩 위치기반서비스 분야에서 연구개발 업무를 담당했고, 창업이후 10년 이상을 매일 8시간씩 역시 위치기반서비스 분야에서 사업을 했습니다. 거의 5만 시간을 한 우물만 팠으니 이만하면 ‘꾼’으로서 자격은 갖춘 거 아닌가요?”

위치정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그가 창업을 한 건 지난 2000년이다. 46세의 나이에 ㈜GG21을 늦깎이 창업한 것. 특별히 창업교육을 받은 상태도 아니었다. 기술력만 믿고 ADD에서 받은 퇴직금을 쏟아 부었다.

실패와 좌절... “깡으로 버텼다”

                   이상지 박사는 21년간 ADD에서 근무한 뒤 기술력 하나로 46세의 늦깎이 창업을 단행했다.

그는 야심차게 차량용 GPS 제품을 최초로 개발해 시판했다. 속도감시 카메라 경보 기능과 길 안내 기능이 결합된 제품이었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성능이 우수한 GPS 네비게이션이 등장하기 전이어서 그는 대박의 꿈이 이뤄질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돌이켜보면 주먹구구식으로 다분히 주관적으로 분석한 시장정보, 부적절한 판매가격, 미흡한 마케팅 전략과 영업 관리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실패는 충분히 예고된 것이었습니다.” 그에게 남은 건 수억 원의 부채와 냉엄한 시장에 대한 교훈, 그리고 창고에서 잠자고 있는 제품뿐이었다.

창업이후 10여 년이 흘렀지만 그는 여전히 좋은 ‘꼴’이 아니다. 기업가로서 딱히 내세울 것도 없다. 그런 그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오로지 ‘깡’이었다.

“저에게는 아무도 못 말리는 깡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깡’은 지난 10년 이상을 무너지지 않고 견뎌온 나름대로의 끈기이자 더 힘든 상황이 와도 마음과 행동으로 지켜야할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낮에는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기술개발 중심으로 일을 한다. 저녁에는 사람을 만나고, 밤 12부터는 아침 동이 틀 때까지 기획, 마케팅 전략 수립, 제안서나 사업계획서 작성 등의 일을 한다. 잠은 졸릴 때마다 5분이건 10분이건 ‘칼잠’으로 해결한다. 이렇게 10년을 살았다.

유비쿼터스의 핵심 원천기술 이포지션(ePosition)

 

유비쿼터스 시대의 핵심기술인 '이포지션'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상지 박사.

‘깡’과 함께 그를 지탱해 준 힘은 그가 신앙처럼 믿고 있는 ‘긍정의 힘’이다. “10년이 넘도록 갖가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래도 창업한 일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왜냐고요? 유비쿼터스 시대는 반드시 오기 때문입니다. 그 때가 되면 준비된 자만이 세상을 놀라게 할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습니다.”

그가 유비쿼터스 시대를 ‘구세주 강림’이나 되는 것처럼 기다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가 “대한민국의 원천 특허기술”이라고 말하는 이포지션(ePosution) 때문이다. 이포지션은 사물을 범세계적으로 고유하게 식별하는 사물주소다. 형식과 서비스 면에서 이메일과 유사하다. 이메일의 @대신 # 기호를 사용하는 게 다른 점이다. 즉 @가 사람의 주소인데 비해 #은 사물의 주소란 얘기다.

현재 이포지션 기술은 서울시 중랑구와 전남 광양항에서 상용화돼 있다. 상가, 음식점, 숙박업소 등에 이포지션 위치ID를 부여해 서비스하는 방식이다. 가령 A라는 상점에 ‘A#’이란 위치아이디(ID)를 부여하면 구글(Google) 지도를 통해 쉽고 빠르게 그 위치를 찾을 수 있다. 전화번호, 상품정보 등도 웹상이나 스마트폰에서 바로 찾아볼 수 있다. 서울 중랑구 등은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이 기술을 도입했다.

특정한 건물이 없는 공원이나 횡단보도 등에 위치아이디를 부여할 수도 있다. 이런 곳을 약속장소로 정하고 위치아이디만 휴대폰 문자로 보내거나 페이스북 담벼락에 올려놓기만 하면 된다. 위치ID만 클릭하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지도가 바로 생성된다.

“유비쿼터스 완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

   

이상지 박사의 절친이자 이포지션닷컴㈜의 기술이사이기도 한 박진하 건국산업 사장.

이포지션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유헬스(U-Health), 유시티(U-City), 유홈(U-Home) 등 유비쿼터스 시대의 완성을 위해서는 이포지션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이 박사의 설명이다.

가령 혈압을 감지하는 센서를 부착한 사람이 쓰러졌다. 센서가 감지한 혈압의 이상 징후를 정보서버가 병원에 알리면 구급차가 즉시 출동한다. 그런데 센서 네트워크가 근거리통신망을 벗어나면 환자의 상태에 대한 실시간 정보제공이 어려워진다. 그런데 이포지션 아이디만 부여돼 있으면 이동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스마트폰과 가로등의 교신, 물류차량과의 교신 등이 가능해진다. 이런 교신을 ‘M2M(Machin to Machine)', 즉 ’사물지능통신‘이라고 한다. 사물의 식별 아이디를 가지고 교신하는 걸 말한다. 텔레매틱스 시장 규모가 24조원인데 비해 M2M 시장규모는 250조원에 이른다. 이포지션 기술이 생산하는 부의 가치를 어떻게 예측할 수 있을까?

#으로 세계 정복을 선언하다

   

박진하 건국산업 사장은 중소기업의 '특허 전쟁'을 함께 치르고 있는 이상지 박사의 전우이다.

이 박사의 ‘절친’이자 이포지션닷컴㈜(대표이사 김상수)의 기술이사인 박진하(49) 사장(건국산업)은 “이포지션이 전 세계로부터 로열티를 받기 위한 관건은 국제표준”이라고 했다. 이포지션닷컴은 이 박사가 2006년 설립한 ㈜GG21의 마케팅 회사다.

이 박사는 유비쿼터스 식별아이디 이포지션 기술로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캐나다 등 11개국에 특허 등록을 완료한 상태다. EU는 내국단계 심사 중에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제표준기구인 ISO/TC211에서 국제표준으로 제정되는 일이다. 현재 전체 7단계 중 5단계를 넘어섰다. 이제 2단계가 남았다.

   

이포지션 기술은 미국 등 세계 11개국에 특허출원돼 있다.

“여기까지 오는 데 10년이 걸렸습니다. 2단계를 넘는데 얼마나 걸릴지 모를 일입니다. 정부에서 이런 원천기술을 보호하고 육성해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박 사장의 말이다.

“세계는 이미 지식재산전쟁 시대에 돌입했습니다. 이런 시대에 원천기술은 파괴력이 큰 무기죠. 중소기업의 원천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면 반드시 ‘특허괴물’이 되어 돌아옵니다. MS, IBM 같은 미국 기업들은 지식재산이라는 무형자산이 전체 수익의 80%를 넘긴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는 수출 이익보다 지식재산 피해액이 2배나 많습니다. 수출 드라이브 정책으로는 성장이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 이제 우리 정부도 ‘지식정부’를 표방해야 합니다.” 역시 특허기술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박 사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지식전쟁시대에서 이포지션의 유비쿼터스 식별 아이디 ‘#’이 천문학적 부(富)를 생산할 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