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istoire sans dormir

가난이 죄입니까..사회통합의 가치

Social Mix. 사회계층간 혼합을 뜻하는 말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세워지면서 학교문제가 이슈로 떠오른 적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는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한 애들과 같은 학교 못보낸다'는 그런 뉴스 들어보셨을 겁니다. 지방 대도시에서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이런 걸 사회적 배제(Forclusion)라고 합니다. 그리고 위정자들은 '표'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도록 수수방관하거나 더 부추기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빈부격차는 더 심해지고 계층, 집단, 지역간에 죽이고 죽이는 싸움이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출처=대구경북연구원

사회통합(Social Cohesion)이란 말도 있습니다.

한국의 사회통합지수는 OECD24개국 중 19위입니다. 평균에도 못 미치는 형편이죠. 정말 부끄러운 현실입니다.
산업화를 거치고 나라가 부유해지면서 돈이 돈먹는다고 못사는 사람은 더 못살고, 있는 사람은 더 잘 사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이런 게 사회통합을 가로막는 요인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타워팰리스 학군조정 사건도 있는 놈들이 없는 놈들과 함께 못 어울린다고 해서 발생한 일 아니겠습니까.

최근 대구경북연구원(원장 홍철)이 사회통합지수를 발표했습니다.
10점만점으로 해서 제주도를 제외한 15개 시도별로 사회통합 수준이 얼마나 되는지를 조사한 겁니다. 국내 최초로 이뤄진 조사였기에 관심을 끌만했습니다.

놀라운 건 절반이 넘는 시도의 사회통합지수가 0이 안 되는 마이너스라는 겁니다. 더 놀라운 건 대전광역시입니다. 사회통합지수가 선진국 도시 수준인 8.9를 기록한 것이죠. 전남이 8.1, 경북과 전북이 각각 4.7, 충남 3.9, 울산 3.1, 그리고 서울이 2.3이었습니다. 대전이 서울보다 사회통합지수가 4배 가까이나 높았습니다. 그리고 부산부터 나머지 8개 시도는 모두 마이너스였습니다. 가장 낮은 광주는 무려 마이너스 9.3.

사회통합지수는 4가지 영역에서 조사가 이뤄집니다. 사회경제적 안정성. 사회적 융합성, 사회적 포용성. 사회적 역동성이 바로 그것입니다.

 사회통합지수를 산출하는 구성요소<출처=대구경북연구원>

사회경제적 안정성이란 일단 경제적으로 고통지수, 즉 빈부격차가 덜 해야 하고, 사회적으로 안전해야 합니다. 그래서 실업률, 소비자물가상승률, 어음부도율, 범죄율, 자살률, 교통사고발생건수 등이 적을수록 지수가 높아집니다. 일단 경제지표인 실업, 물가, 부도 등에서 대전은 전국 1등은 아니지만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 7대 도시 중 지표가 가장 좋았습니다. 도 단위지역은 농어촌지역이 많다보니 실업률이 절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대전이 경제적으로는 가장 풍요로운 도시라는 뜻입니다. 거기에 범죄발생율이나 자살률이 가장 낮습니다. 교통사고건수는 중앙분리대, 특히 화단을 만들어 중앙선침범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면서 교통사고 발생비율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사회적 응집성은 조기 이혼율과 입양 및 국제결혼에 대한 긍정 비율, 투표율, 자원봉사참여비율, 후원인구비율이 조사 대상입니다. 이혼율과 투표율은 1위가 아니지만 자원봉사, 후원인구, 입양 및 국제결혼에 대한 인식 면에서 대전시민이 타 지역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자원봉사와 후원인구는 2위 도시와의 격차가 컸습니다.

사회적 포용성은 여성경제활동참가율, 비정규직 비율, 장애인 의무고용비율, 복지예산 비중, 인구 천 명당 의사 수, 국민연금가입자 비율 등이 높을수록 사회통합지수에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여성취업자 비율이 가장 높고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낮은 도시가 대전이었습니다. 복지예산도 대전이 전국 1위입니다. 일단 사회통합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돋보인다는 거죠.

사회적 역동성은 교육과 문화를 봅니다. 교원1인당 학생수, 교육비 부담률, 대학진학률, 문화예술및 스포츠 관람횟수, 문화시설이용횟수, 문화기반시설수 등인데 교육에서는 지자체가 교육비 부담비율에서 대전이 가장 높았고, 문화예술분야에서는 세가지 모두 대전이 1위입니다. 문화시설은 인구 천 명당 객석수가 8.8명으로 대도시 중 1위, 문화 불모지란 불명예를 무색케하듯 관람횟수는 전국 1위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대전은 이미 선진국 수준을 넘어선 도시란 거고, 전남이 선진국 수준은 된다는 얘깁니다. 지수 8이 선진국의 척도거든요.

대전의 사회통합 노력은 눈물겹습니다. 대전의 정책을 들여 다보면 사회주의 정권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용산참사의 비극을 떠올리는 건 싫지만 무지개프로젝트는 원주민을 몰아내는 철거방식을 택하지 않는 도시재생 모델입니다. 원주민을 그대로 놔둔채 주거환경, 복지, 교육, 일자리 등 모든 걸 지원하는 복지모델입니다.

무지개론이란 것도 있습니다. 돈이 필요한데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사람(신용불량자)에게 무담보로 최대 500만원까지 빌려주는 제도입니다. 학자금은 2%, 긴급생계자금은 4%가 연금리입니다.

시각장애인을 안마사로 채용해 불우노인에게 안마서비스를 하는 헬스키퍼, 노숙자들을 모아 숯부작을 만들어 판매하는 드림화훼사업단, 빈민지역 사람들을 공장 등과 연결해 세탁서비스를 하는 무지개클린사업단 등등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눈에 띄는 건 재개발 등을 하면서 집을 구하지 못한 철거민들이 집을 마련할 때까지 머무를 수 있는 순환형임대주택까지 짓는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박성효 시장이 들어와서 서남부지구(지금은 도안지구라고 부릅니다)의 도시계획을 변경해 임대주택단지를 지하철역 부근으로 바꿔놨다는 겁니다. 이는 완전히 Social Mix의 표본이라 할 수 있지요. 원래는 가수원동 쪽에 있던 임대주택단지를 고급주택단지와 나란히 배치 겁니다.

요즘 친서민정책이란 말이 많이 나오는데 적어도 이정도는 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대전에서 일어나는 혁명적인 일들이 대한민국으로 퍼져야 우리나라가 진정 잘 사는 나라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세계 1등해야 우리가 행복하지는 않습니다. 더불어 잘 사는 그런 나라가 행복한 나라이니까요.

1997년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 우리는 금 모으기 운동을 했습니다. 2002년 월드컵 때 붉은 티셔츠를 입고 거리운동을 했습니다. 2007년 충남 태안에서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했을 때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기름때를 벗기러 갔습니까.

대한민국은 이런 나라입니다. 빈부격차는 심해져도 자발적으로 사회통합을 위해 자신을 버릴 줄 아는 국민들이 사는 나라입니다. 사회통합이 곧 국가경쟁력임을 보여주는 사건들입니다. 우리 사회의 가치, 사회통합적 가치를 소중히 여겼으면 합니다.

                      
                       사회통합의 모델이 된 대전시 서남부지구 도시계획 변경<출처=충청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