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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ire sans dormir

천안함 순국 장병을 애도하는 추모시 '봇물'



‘아들아!/칠흑같이 어둡고 차가운 물 밑/꽉 막힌 공간에서 얼마나 힘들었니/살아보려고/살아서 엄마에게 돌아오려고/얼마나 힘들게 발버둥쳤니 … 그런 널 생각하면/엄만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고/가슴은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진다.’

서순원(57·여)씨는 지난 19일 해군 천안함 홈페이지에 올린 시 ‘아들아! 이젠 널 보내줄게’에서 승조원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심정으로 천안함 희생자를 애도했다.

천안함 희생자의 어머니인 시 속 화자는 ‘온갖 봄꽃으로 단장한 올해의 봄’이 ‘엄마의 삶에서 가장 잔인한 봄’이라면서도 아들에게는 “이승에서 힘들고 아팠던 기억을 모두 내려놓고, 행복한 기억만 가슴에 안고, 뒤돌아보거나 울지 말고, 고운 봄 향기 타고, 가벼운 마음으로 승천하라”고 당부한다.

추모시를 쓴 서씨는 경북 김천 구성초등학교 양각분교 교사로 1981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문인이다. 서씨는 20일 “군대에 보낸 두 아들을 생각하며 시를 썼다. 깊은 바다 속에서 아들 같은 수병들이 죽을 때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은 터질 듯했다”고 말했다.

천안함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가 인터넷 곳곳에 올라오고 있다. 앞서 주목 받은 ‘722함 수병은 귀환하라’처럼 장병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돌아오라”고 명령하는 시부터 아들과 형제를 잃은 마음으로 쓴 시까지 다양하다. 문인뿐 아니라 각계 인사와 시민들이 추모 시작(詩作)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그대의 전우들도 속속 우리의 품에 돌아오고 있건만/어찌하여 그대들만 돌아오란 그 명령 받지 아니하는가 … 이창기 원사, 최한권 중사, 박경수 중사, 장진선 하사 … 박성균 하사, 박보람 하사, 강태민 일병, 정태준 이병/그대 속히 돌아오라.’ 지난 19일 해군 천안함 홈페이지에 올라온 시 ‘최후의 8인이여, 돌아오라’에서 작성자 김지한씨는 미귀환자 8명의 이름을 부르며 ‘최후의 최후까지 국가를 지키려 돌아오지 않는/그대들 8인이여. 어찌하여 응답하지 않느냐’고 못내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방송인 김제동씨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시에서 천안함 희생자를 ‘바다에서 진 꽃’으로 묘사하며 “밝은 봄 길에 서 있음이 한없이 미안하다”고 했다. 박성효 대전시장은 ‘조국의 이름으로 부르는 영웅들’이라는 추모시로 젊은 장병들의 때 이른 죽음을 애통해 했다.

전문가들은 추모시가 슬픈 감정을 배출할 뿐만 아니라 고통을 이겨내도록 돕는다고 설명한다. 문학평론가 정명교 연세대 교수는 “시는 슬픔을 그대로 방류하지 않고, 슬픔을 극복할 수 있는 마음의 지표를 설정한다”며 “추모시 열풍은 감흥을 잘 느끼는 한국인에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