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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ire sans dormir

재개발 대신 선택한 무지개마을에 웃음꽃이 피고...


대전에 가면 무지개마을이 있습니다. 한 곳도 아니고 무려 다섯 곳입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다른 지역의 2배에서 많게는 5배가 되는 이른바 '가난한 동네'입니다. 이 가난한 동네가 살기 좋은 동네가 되고 있습니다. 깡그리 부수고 새로 짓는 재개발 대신 대전시가 선택한 빈곤동네 도시재생, 바로 '무지개프로젝트' 덕분입니다.

프로젝트가 시행된지 3년이 지났습니다. 9월 25일 대전연정국악문화회관에서 무지개프로젝트 3주년 보고대회가 열렸습니다. 이날 대회에서는 무지개마을별로 사례보고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이날 보고대회를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제발 대한민국이, 다른 도시들이 대전 무지개마을을 배웠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입니다. 모두가 내 집에서, 내 마을에서 살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동구 대동 같은 곳은 서울 사람들이 사들인 폐가가 상당수 있습니다. 왜 폐가를 샀을까요? 재개발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이런 마을이 사람 살만한 동네로 바뀌면 재개발하자는 주민이 없어지겠지요. 부동산투기가 발을 못붙일 겁니다. 실제 대동 무지개마을이 그런 곳입니다.
 
* 법동 무지개마을 사례(발표자 이진숙) : 이진숙씨는 영구임대아파트인 한마음아파트 마을주민들로 구성된 자조모임인 '무지개 한마음운영위원회에서 서기로 일합니다. 마을 주민들이 어떻게 마을을 바꿀 것인지 논의하는 그런 모임입니다. 다음은 이씨의 발표 내용입니다.

우리 동네는 2007년 7월 무지개프로젝트 대상지역으로 선정됐답니다. 처음에는 저도, 우리 동네 사람들도 무지개프로젝트가 무엇인지, 그래서 동네가 어떻게 바뀔지 알지 못했습니다...... 대전시는 저희 집을 비롯해 한마음 아파트 1770세대 전부 도배, 장판, 씽크전 등을 모두 교체해 완전히 새집으로 바꿔줬습니다. 우리 동네 사람들은 옆집이 잘 고쳐졌는지 구경다니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이웃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알게 됐고, 문을 열어 놓고 부침개를 부처 나눠 먹는 동네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아이들 학습돌보미가 파견돼 96명이 개별 과외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원어민 영어특강이 복지관에 개설돼 저희 딸을 포함해 15명이 수업을 받고 있답니다...이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밤늦게까지 공부할 수 있는 공부방이나 독서실을 꾸며 달라고 건의하고 있습니다....
법동 한마음아파트

* 부사동 무지개마을 사례(발표자 배영숙씨) : 배영숙씨는 부사동 무지개프로젝트 추진위원회 재가복지단원입니다. 부사동은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이 정착했던 곳입니다. 판자집이 즐비한 곳이구요. 배 씨의 발표내용을 들어보세요.

우리 동네는 3200세대 8,000여명이 거주하는 작은 동이지만, 7개의 초,중,고와 한밭종합운동장, 보문산이 소재하고 있는 작지만 큰 동네입니다. 어르신과 수급자 세대가 총가구의 4분의1이나 되는 거주환경과 생활실태가 많이 낙후돼 자랑할 수 없는 동네기이도 합니다. 우리동이 무지개프로젝트 3단계 사업대상지로 확정돼 총 30여개 사업이 추진중에 있답니다.... 그동안 우리 동네에서는 주민과 자생조직 단체원 44명으로 추진사업단을 발족, 집수리사업단과 마을안전사업단, 예쁜동네만들기 사업단, 재가방문봉사을 구성해 활동중입니다.... 그동안 도배 및 장판교체 100여 세대, 보일러, 수도, 화장실 보수 25세대, 그리고 외부봉사단체와 연합해 60세대에 대한 전기안전 점검 및 보수를 해주는 등 주거환경을 말끔히 바꿨습니다. 무엇보다 비 걱정없이 살수 있어서 너무 좋답니다. 좋아하는 주민들을 볼 때 허름한 집이라고 싹 헐고 다시 아파트를 지어 저 분들이 동네를 떠난다면 저렇게 좋아할까 하는 마음에 눈시울이 시큰하기도 했습니다.....안전사업단은 보문산 정비가 덜 돼 안전에 문제가 있는 등산로 700여 미터의 정비와 쉼터 정비, 차량 미진입 뒷골목 1,100미터에 대한 시멘트 재포장, 하수도 정비, 방범 등 설치와 낡은 공가 5채 철거 등 주민안전을 위한 사업도 열심히 했습니다....예쁜동네 만들기 사업단도 동네에 꽃을 피우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쓰레기가 밤낮으로  쌓이던 이면도로에 꽃길 만들기와 두 곳의 꽃동산을 예쁘게 조성했으며, 높은 지대에 위치한 청란여고, 신일여중, 남대전고 진입로와 공사로 어수선했던 충무4가 도로변 530여미터에 부사칠석놀이를 주제로 벽화와 조형물, 부조물을 설치에 문화가 숨쉬는 동네로 만들었습니다. 긴 동굴 같았던 골목 담장은 밝은 색으로 도색하고, 벽화로 단장해 학생들이 다니기 좋도록 꾸몄더니 사람들의 얼굴 표정까지 밝아졌습니다.... 여성들로 구성된 재가방문 봉사단원은 동네 곳곳의 독거노인 세대와 조손가정, 편부세대 등에게 정기적으로 김치와 밑반찬, 계절에 따라 삼계탕 등 보양식과 세탁을 지원하고 있습니다...앞으로 무지개 종합복지타운이 건립돼 여러 복지프로그램이 운영되면 그동안 즐기지 못한 여가, 교양문화 혜택과 함께 부사동 달동네에 밝고 큰 무지개가 뜰 것입니다.


*동구 대동 무지개마을 사례(발표자 유승옥) : 유승옥씨는 동구 대동 마을신문기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동구 대동은 대전의 대표 달동네이지만, 올해 초부터 무지개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곳입니다.

....저 자신도 동네주민들 생각과 같이 과연 어떻게, 얼만큼 변화될까 하는 우려를 가지면서 봄부터 지금까지의 일들을 뒤돌아보니 하나, 둘 변화가 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동네가꾸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그동안 근로활동이 없던 지역주민 80여명이 일자리사업에 참여, 주택가 쓰레기 방치장소 등 빈터들을 정리해 화단조성, 폐가 철거후 꽃단지 조성, 각종 쓰레기와 잡목으로 주민들이 접근을 피하던 연애바위 주변에 산책로 개설 및 쉼터조성사업을 통해 일자리 및 소득창출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노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함에 있어 지역주민들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살고 있는 동네에 대한 애착심과 이웃간의 이해와 관심이 증진되어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 소규모 주차장을 확보(11대)했으며, 언덕길에 길게 뻗은 콘크리트 옹벽에 벽면 녹화루를 계획하고 있으며, 대동복지센터 건립에 따른 문화, 복지, 자활능력 향상 등 주민공동체 형성공간으로 활용될 계획이라고 합니다....

동구 대동의 언덕길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


* 동구 판암동 무지개마을 사례(발표자 김옥희) : 김옥희씨는 판암2동장이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마을축제 기획 등 몸으로 뛰며 무지개마을을 가꾸는 데 최일선에 서 있다. 판암동은 무지개프로젝트의 발원지다. 지난 2006년 박성효 대전시장이 취임 후 무지개프로젝트가 첫 시행된 곳이다. 그가 바라본 무지개마을을 어떤 것인지 들어보자.

판암 2동은 5637세대 1만 2,723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데, 기초생활수급자가 1734세대로 약 33%나 된다. 장애인과 노인 등 차상위 계층이 밀집돼 있어 전국에서 어려운 동네로는 두 번째라면 서러울 정도의 동네였다....이게 웬 일입니까? 사무관으로 승진해 첫 발령지로 가야할 곳이 판암동이라니. 가끔 판암동에 출장을 가보면 대낮인데도 길거리에 소주병을 들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예 취해서 누워있는 사람들과 수급자를 안 해 준다고 주민센터에 와서 소리를 질러 공무원들도 이 동네를 꺼리던 곳이었습니다.... 그런 던 곳이 중,고등학교에 과학시설의 현대화와 슬럼가로 불리는 주공4단지가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설치되고, 외벽도 도색하고 화단이 새롭게 조성돼 주거환경이 변화됐습니다.... 대암초등학교에 울타리와 우레탄 트랙이 생기고, 예쁜 양치교실이 전국 최초로 생겼습니다. 동신중학교에는 주민 자활을 위한 가사 실습실이 만들어져 각종 자격증을 취윽할 수 있는가 하면 박세리, 신승훈, 권상우 등 대전에서 배출된 스타들의 손과 발을 새겨 넣은 골든벨 명품 스타거리가 생겼습니다....판암동 근리공원에는 게이트볼장과 배드민턴장, 산책로 등 쉼터가 생겼고, 각 아파트 단지별로는 체육시설이 생겼습니다. 황학산에는 등산로와 체육시설이 조성되는 등....그러나 주민들의 정신적인 변화는 미약했습니다....지난해 말 주민이 찾아와 동장실에서 얼마나 못쓸 욕을 하던지, 저는 그 스트레스로 입원까지 했습니다. 판암동 직원들이 오랫동안 겪어오던 아픔이었던 겁니다....노래교실과 웃음치료교실 등을 운영하고, 주민들이 무대에서 주인공이 되는 무지개 연극축제 등을 하다보니 이웃간에 정이 쌓였습니다. 다기능 노인종합복지관이 건립돼 1000여 노인들이 행복한 웃음을 머금게 됐고... 기초생활수급자가 1년 동안 수급비를 모아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에게 써달라며 10만원을 내놓은 일도 있습니다.... 어떤 수급자는 척추가 아파 수술을 해야하지만 너무 가난해 엄두를 못내는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50만원을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한 알콜중독 시각장애인은 주민센터에서 오카리나를 배우면서 술과 멀어지고 있답니다.... 동신중학교 운동장에 인조잔디구장과 우레탄트랙이 완성돼 밤에 운동장에 누워 별을 볼 수 있어 좋다는 주민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보면서 빨리 도서관과 장애인 자활자립장이 빨리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판암무지개마을 축제

무지개프로젝트를 착안한 박성효 대전시장의 말입니다.

남들은 헌 것을 부수고 새 것을 만들 때 우리는 고치고 바꿨습니다.
남들은 일부 사람만을 위한 공간을 만들 때 우리는 모든 이들이 살만한 환경을 가꿨습니다.
대전 희망기획-무지개프로젝트,
시민과 함께 하는 행복한 대전을 만듭니다.
우리는 희망을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