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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ire sans dormir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는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대전의 원도심 한복판에 과학과 환경을 상징하는 대형 조형물이 세워졌습니다.

지난 3월 30일 대전천 목척교 및 은행교 일원에서 ‘목척교 조형물 상량식(上梁式)’이 열린 겁니다. 역사가 만들어지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현장으로 갔습니다.

     목척교 위에 대형 조형물이 크레인으로 올려지고 있습니다.

나무(木)줄기 세포에서 모티브를 얻은 조형물이 올려지고 형형색색의 분수들이 점화됐습니다. 아직 공사 단계이고 모든 공정이 마무리되면 5월말까지는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제가 기대하던 그림은 나오지 못해 다소 아쉬운 감이 들더군요.

     목척교 조형물 상량식을 기념해 음악분수가 시연되고 있네요.

하지만 멋진 하천 공간이 만들어지면 우리 아이들과 손잡고 나들이 할 수 있는 공간이 원도심 한가운데 생긴다고 생각하니 기대감을 억누를 수 없었습니다.

목척교 르네상스라고 불리우는 이 사업은 물가(Water front)를 사람들에게 돌려 주자는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면서도 대전 등 대도시들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원도심 살리기의 일환으로 추진됐습니다.

     박성효 대전시장이 목척교 르네상스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난 1977년 대전천이 범람한 뒤 자연재해, 수질악화, 생태계 파괴 등의 이유로 하천을 복개하고 콘크리트 기둥 460개를 박아 세워진 중앙데파트와 홍명상가 철거가 꾸준히 제기됐지만 아무도 이 일을 해내지는 못했습니다. 보상도 보상이려니와 상인들의 집단적인 반발이 두려웠기 때문이죠. 건물이 과도하게 낡아 도시 미관을 헤치는데도 시장이 선거로 선출되기 때문에 감히 엄두를 못냈던 게 사실입니다.

    이번에는 다리를 건너가 촬영했습니다.

하지만 박성효 시장은 해냈습니다. 말로만 부르짖은 게 아니라 행동으로 옮긴 원도심 살리기의 신호탄이라고 저는 평가하고 싶습니다.

중앙데파트야 건물주가 한 명이니 보상 협의가 일사천리로 진행됐지만 홍명상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이해관계인이 1천명이 넘었으니까요. 상인들은 대전시청으로 몰려와 '박성효 물러가라'고 연일 시위를 했습니다. 당연히 생존권이 걸린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어두워지자 분수의 조명이 더 예뻐 보입니다.

그러나 상인들은 철거와 생태복원에 대한 시대적 공감대를 형성해 주셨고, 대전시에서도 이 분들이 다른 곳에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결과 대타협에 이르렀습니다. '시장 물러가라'던 상인들은 홍명상가 철거 행사장에서 박 시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지요.

                        박성효 시장이 홍명상가 상인들로부터 받은 감사패. 이 감사패는 시민화합의 상징으로 평가된다.

생태복원 구간의 하상도로가 철거된데다 공사로 인해 교통이 조금 불편해졌지만 지금은 소통도 원활한 편이더군요. 특히 잠깐의 불편을 감수한다면 더 큰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시민들의 이해도 높이 평가할만합니다.

목척교와 대전천이 시민화합의 리더십으로 재탄생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