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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ing & Talking

어두운 현실의 도피처일뿐인 '환상'... 나니아연대기3

기말고사가 끝난 딸 아이를 위해 아내가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을 함께 봐줬고 오늘 저녁엔 제가 <나니아연대기 - 새벽 출정호의 항해>를 함께 봤습니다.

연초에 받은 CGV의 VIP 쿠폰북에서 '4D플렉스 동반1인 무료관람권'을 사용할 수나 있을런지 하고 의심했었는데 대전 CGV에 4D플렉스관이 오픈해서 연말을 이용해 사용하게 됐습니다.

또 제 신용카드가 영화 1500원 할인 혜택이 주어지는 것이어서 11,500원으로 둘이서 영화를 보게됐지요.

저는 4D가 무언지 개념 없이 보고 있노라니 의자가 움직이고 물이 튀고 물방울이 천장에서 떨어지고 의자를 뒤에서 쿵쿵치고 그러더라구요. 3D 스크린에 시뮬레이터가 장착된 그런 식인데 조금 더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영화 속 세계에 제가 던져진 정도의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 영화를 꼭 3D로 봐야되는지도 의문이었습니다. <아바타>의 아찔할 정도의 영상에 너무 길들여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나니아연대기 1편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를 보고 2편은 보지 못했는데 3편을 보다보니 1편에 등장했던 수잔과 피터는 현실적 인물로는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성인이 되어 더 이상 나니아에 올 수 없는 겁니다. 나니아, 즉 환상의 세계는 성인에게는 차단된, 더 이상 접근할 수 없는 세계인가봅니다.

영화는 소설이 처음 쓰여지기 시작했던 시기, 그러니까 세계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합니다. 아무래도 '환상'은 현실의 도피처인 것 같습니다. 전쟁 중 피신처에서 아이들은 환상으로 통하는 길을 발견하게 되니까요.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아이들은 그런 현실을 보지 말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작가는 전쟁이란 현실의 도피처로 '환상'을 만들어낼 생각을 했었던 듯 합니다.

그 환상의 세계 속에서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에드먼드와 루시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갑니다. 서서히 어른이 되어가는 거죠.


에드먼드는 18살이 되지 못했지만 전쟁이 나자 군에 자원 입대하려고 합니다. 자신의 나이와 이름을 속이면서까지요. 에드먼드는 극중에서 16살입니다. 동생 루시 덕분에 들통이나자 에드먼드는 이렇게 말하죠. "젠장, 나니아에서는 전사로 싸웠는데 말이야!".

제가 소설을 읽지는 않았지만, 아마 피터가 군에 입대한 듯 합니다. 그래서 항상 형처럼 되고 싶었던 에드먼드도 피터처럼 군인이 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에드먼드는 화산섬에서 무엇이든지 물에 닿기만하면 황금으로 변하는 연못을 발견하고는 세상을 지배하려는 망상에 잠시 사로잡힙니다. 그 에피소드는 피터에 자신을 동일시해온 에드먼드의 잠재된 욕망을 보여줍니다.  그 욕망의 실현을 위해서는 황금연못을 차지해야합니다.

프로이트적으로 그 황금연못은 아이가 욕망하는 엄마입니다. 그런 에드먼드를 거세하려는 나니아의 왕 캐스피언. 둘 사이에 결투가 벌어지기 직전입니다. 바로 그 때 루시가 중재자로 등장합니다. 루시의 중재로 에드먼드는 바로 욕망을 중단합니다. 욕망 앞에서 거세된 에드먼드, 욕망해서는 안 될 것을 욕망하지 않는 법을 배웁니다. 한층 성숙한 어른이 되어가는 거죠.

이에 앞서 루시는 언니 수잔의 예쁜 얼굴과 몸매를 동경합니다. 마법의 책에서 거울을 보면서 자신이 동경하는 미녀가 되는 주문을 외우자 언니 수잔이 거울 속에 비칩니다. 수잔은 루시가 끊임없이 자신을 동일시하는 대상인 겁니다. 왜 수잔일까요? 자신이 욕망하는 캐스피언이 욕망하는 대상이 바로 수잔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루시의 질문에 캐스피언이 "왕비? 수잔이라면"이라는 댓구에서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 수잔의 욕망, 그리고 그 욕망으로 인한 갈등의 중재자로 아슬란(사자)이 나타납니다. 물론 실제가 아닌 거울 속의 이미지일 뿐입니다. 수잔이 거울 속에서 루시의 욕망을 대변하는 이미지로 나타나듯 루시에게 "수잔이 아닌 루시 네 자신이 되라"고 말하는 아슬란은 자신의 욕망에 맞서 싸우는 반(反)욕망인 거죠. 루시의 이 '거울놀이'에서 자신의 욕망을 스스로 검열하도록 배워가는 우리 자신의 성장기를 보게 됩니다.


<나니아연대기 4편>에서는 에드먼드와 루시가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에드먼드가 16살이니 에드먼드가 만18세가 된다면 나오지 않을테지만 루시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이 되는군요. 여기에 이들의 사촌동생인 유스터스는 아직 어리니까 또 나올테구요^^.

<나니아연대기 3편>에서 이 못된 사촌 유스터스는 황금에 눈이 멀어 마구 황금을 줍다가 거세됩니다. 그 거세의 표현으로 드래곤이 되죠. 드래곤-유스터스는 더 이상 못된 아이가 아닙니다. 악마의 힘을 무찌르는 결정적인 역할까지 하게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