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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ût de Daejeon

<대전맛집>원조 매운족발과 45년 전통의 두부오징어칼국수

두부두루치기란 말은 50년이 넘어 대전사람이면 대개가 아는 <진로집>에서 처음 사용됐습니다. 이어 그 아류라고 할 수 있는 <광천식당>, <청양식당>, <우리칼국수> 등이 <타임월드 동백점> 뒤로 골목을 이루며 성황하고 있습니다.

동구 성남동과 가양동의 <경동오징어칼국수>와 <적덕식당>도 그런 집들이죠.

동구 쪽 양 식당은 매운 돼지족발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메뉴와 두부오징어, 혹은 오징어두부 칼국수를 하는 집입니다.

오늘 소개할 집은 45년 동안 한 자리에서 매운 맛으로 대전사람들을 사로잡아 온 <적덕식당>을 소개합니다.


사람들에게 싸고 푸짐하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일도 '덕을 쌓는다', 즉 '적덕(積德)의 개념인가 봅니다. 이 집의 상호가 바로 <적덕>입니다. 대학시절 읽었던 최창집 교수의 <땅의 논리, 인간의 논리>에 따르면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최고의 명당은 "살아서 적덕을 하면 후손이 그 명당을 찾는다"고 하죠. 대선 때만 되면 조상 묘자리를 옮기는 일이 있는데, 조상이 적덕했으면 그 후손이 복을 얻는 법, 묘자리만 옮긴다고 대권을 잡는 건 아니겠죠... 맛집 탐방하면서 별소리를 다하는군요...

<적덕식당>은 성남네거리에서 가양네거리 중간에 있는데, 시어머니에 이어 며느리가 2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집입니다.


토종족발 양념구이와 두부오징어칼국수가 이 집의 대표 메뉴입니다. 그런데 족발은 요즘들어 공급물량이 딸리는 바람에(구제역과는 무관하게) 수입산을 씁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가 이 집을 한창 들락거릴 8~9년 전과는 족발 맛이 예전과 다르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도 이 집의 족발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죠.


잘 손질한 삶은 족발을 석쇠에 얹어 노릇노릇하게 불에 구워내는 게 이 집 족발의 특징입니다. 거기에 고추장과 마늘, 생강 등으로 만든 양념장을 골고루 바른 뒤 참깨를 살살 뿌려서 내놓습니다. 매운 족발의 원조격인 셈이죠.

여기에 고추장에 마늘을 쫑쫑 썰어서 함께 내놓는데 족발과 궁합이 썩 잘 맞는 듯 합니다.


입 안이 화끈거릴 정도로 매콤하면서도 담백한 게 소주 안주로도 그만입니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무김치와 파김치는 두부오징어칼국수를 먹을 때 함께 먹거나 비빔국수를 만들 때 넣어 먹기도 합니다.


이 집의 또 다른 주력 메뉴인 두부오징어는 멸치육수에 청양고추가루로 맛을 냈습니다. 역시 입안이 화끈화끈합니다. 그래도 맵게만 느껴지지 않는 건 두부의 고소함 덕분입니다. 이 집과 옛날부터 계약공급을 하는 산내 두부집에서 매일 들여오는 국산콩 두부가 고소하면서도 부드럽습니다. 인공 조미료를 일체 넣지 않는다는 주인장의 말씀도 신뢰가 갑니다.


여기에 칼국수 사리(두부오징어를 2인분 시키면 2인분의 사리가 나옵니다)를 넣어 골고루 비벼 먹는 데 그 맛의 중독성이 강해 찾은 손님이 또 찾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렴하고 푸짐한 족발구이와 두부오징어, <적덕식당>은 45년 동안 서민과 함께 한 역사를 고이 간직한 식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