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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ing & Talking

'굿모닝 프레지던트'와 대통령의 결단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대통령의 결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너무 재미있게 본 '간첩 리철진', '킬러들의 수다'를 연출한 장진 감독의 유쾌한 영화입니다.


대통령의 결단에는 크고 작은 것이 있습니다. 큰 결단은 국가적 대사를, 작은 결단은 대통령 자신과 둘러싼 사적인 것, 엄밀하게 말한다면 소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 김정호 대통령(이순재분)은 영,호남으로 나뉜 우리나라의 오랜 정치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광복절 대사면이란 결단을 내리려 합니다.

김정호 대통령은 권력을 향한 자신들의 야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광주의 아픔을 야기한 전두환, 노태우 - 이들에게 대통령이란 직위를 붙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를 사면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국민대통합'을 완성코자합니다.

김정호 대통령은 작고한 김대중 대통령을 연상시킵니다. 그토록 자신을 탄압하던 군사정권에도 아량을 보입니다. 국민들은 반대의견이 더 많습니다. 김정호 대통령이 속한 -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룬 예전의 야당 - 정당에서조차 이를 반대합니다. 그러나 김정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국민대통합'을 위한 대사면을 선포합니다.

그러나 국민을 더 감동시킨 것은 244억이란 '로또 대박'을 터뜨린 대통령의 고백입니다. 김정호 대통령은 이 거금을 장학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합니다. 속으로는 너무나 아까워서, 어떻게 이 돈을 찾을까 고민하던 거금을 말입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돈벼락을 맞은 대통령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 고민에 대한 결단은 국민들을 감동시킵니다. 국가적 대사보다 대통령의 작은 결단이 국민들에게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국민들은 김정호 대통령의 '국민 대통합'이란 결단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낼 것입니다.


차지욱 대통령(장동건 분)은 최연소 야당 - 한나라당 분위기 - 대표를 거쳐 다시 최연소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북한의 핵위협, 그리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과 일본. 우리나라는 그 틈바구니에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우리 영해에 들어와 북한과 대치하고자 합니다. 영해를 열 것이냐, 말 것이냐. 차 대통령은 기로에 섰습니다.

차 대통령과 북한의 특사가 비밀리에 만납니다. 민족끼리 우선 대화를 하고, 북한이 한국 정부를 신뢰할 수 있도록 하자는 차원입니다. 이어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차 대통령은 우리 영해를 열지 않았을 때의 유불리를 따져봅니다. 잘 생각나지는 않지만 어쨌든 우리가 영해를 열지 않을 이유가 분명해보였습니다. 특히 일본의 무장화를 우려하는 우리의 감정이 잘 반영된 것 같습니다.

차 대통령도 어처구니 없는 일로 개인적 결단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립니다. 약간 황당하기는 하지만 차 대통령은 자신의 신장을 떼어주기로 결심합니다. 오로지 지지율과 총선에만 관심있는 친구(문영철 비서실장)의 계획을 넘어선 결단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국 국민들은 차 대통령의 큰 결단에 한 마음 한 뜻으로 힘을 모아줄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 여성대통령이 등장합니다. 바로 한경자 대통령(고두심 분)입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보다는 정당색깔로 보면 한명숙 전 총리에 가깝습니다. 어쨌든 여성 대통령의 등장이란 소재는 우리 시대가 스쳐 볼 일은 아닌 듯 합니다.


한경자 대통령의 화두는 팽찰할대로 팽창한 부동산문제를 잡는 일입니다. "왜 우리나라는 세금만 올리면 좌파라고 하느냐"는 색깔공방도 나옵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부동산 정책이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한 대통령의 이 대의명분은 남편 최창명 교수(임하룡 분)에 의해 역공을 당합니다. '영부군'이 퇴임 후 아내와 함께 소박하게 농장하려고 매입한 땅이 개발대상지역에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남편 최 교수는 대통령에게 '이혼'을 요구합니다. "나는 영부군의 자격이 없다. 대통령에게 짐만 되는 남편이다"면서요.

한 대통령의 개인적 결단은 고심 끝에 청와대를 떠난 남편을 찾아가는 겁니다. 개인적 일이기 때문에 경호실에도 알리지 않고 홀로 떠납니다. 경호실이 발칵 뒤집혔지요. 결국 한 대통령의 결단은 남편과 이혼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그의 이 결단으로 부동산특별대책은 전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겁니다.



장 진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우리 정치역사를 관통합니다. 그리고 현실의 이명박 대통령에게, 그리고 미래의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국민에게 쇼가 아닌 감동을 보여 주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