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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ire sans dormir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좋은 어린이회관이 문을 열다

대전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어린이회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대전월드컵경기장 동관을 리모델링해서 지어졌는데 실내 3,800㎡, 실외 2,250 등 전체 면적이 6천가 넘습니다. 사업비만 59억원이 투입됐다고 합니다. 11월 17일 개관식이 열려서 가 봤는데, 정말이지 아이를 둔 부모라면 반드시 데리고 가고 싶은 마음이 들겁니다.

 대전어린이회관 전경.

개관식이 시작되기 전 어린이회관을 돌아봤습니다. 정말 판타스틱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니는 딸과 어린 아들이 있어서 그런지 꼭 데려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이회관을 본격적으로 소개해 볼까 합니다.

먼저 어린이회관 입구 입니다.

맨 왼쪽에 용 꼬리가 있는데요, 어린이회관의 부대시설로 설치된 야외놀이터 쪽에 용 머리가 있습니다. 용이 여의주 2개를 물고 아가리를 크게 벌리고 있는데 그 안으로 들어가면 어린이회관 입구에 다다를 수 있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용 아가리로 들어가면 우드 소재로 통로가 사진처럼 이어져 있고 아래 맨 오른쪽 사진에 보이는 곳으로 나오면 바로 어린이회관 입구입니다.

어린이회관에 들어가면 '세계 친구들 안녕'이라는 전시관이 나옵니다. 세계문화를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미국 할리우드를 비롯해 프랑스, 이탈리아, 브라질, 이집트, 중국, 몽골, 케냐, 북극 등 다양한 문화가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걸 우리 아이들이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세계 친구들 안녕'을 둘러보다보면 옆 방으로 연결돼 있는데, 바로 '에코빌'입니다. 여러 가지 과학원리, 바람, 물, 빛, 공기, 소리 등을 이용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나도 운동선수' 코너는 다양한 스포츠를 체험하면서 유아기 성장발달을 촉진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습니다. 축구, 농구, 골프, 야구, 암벽타기 등을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직업을 체험할 수 있는 '우리대전 사람들' 코너도 있습니다. 마침 어린이들이 화재를 알리는 사이렌이 울리자 방화복을 입고 영상에 뜬 불의 이미지를 향해 물을 분사하는 체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또 이 코너에는 우체국, 대전시티투어, 뷰티샵, 병원, 방송국, 미용실,슈퍼마켓 등 다양한 생활현장을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습니다.


'우리대전 사람들' 코너에는 교통안전체험을 할 수 있는 시설과 3D 영화관, 대덕연구단지(항공우주연구원)의 우주선 체험 등의 시설도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노는 동안 부모님들이 쉴 수 있는 휴게실과 전체적인 색깔과 디자인 등이 마음에 듭니다. 화장실도 청결하고 캐비넷도 구비돼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크린을 보며 게임을 하듯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설도 있습니다. 특히 육아발달지원센터 등이 설치돼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220여 종의 장남감을 구비한 장남감 대여센터도 운영된다고 합니다.

개관 기념으로 1주일간 무료로 시범운영을 한 뒤 이후부터는 개인 3,000원, 단체 2,000원의 입장료를 받습니다. 일종의 수익자 부담 원칙이죠.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서는 대전시가 별도의 보조금 지원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합니다. 어린이회관 운영은 사회복지법인 기독교연합봉사회가 위탁받았다고 하네요.


드디어 개관기념행사가 열렸습니다. 대신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신명나는 풍물 한마당에 이어 박성효 시장이 남자 어린이의 손을 잡고 기념식수를 했습니다.


테이프커팅을 하는데 날씨가 무척 추웠습니다. 바람도 매섭게 불었구요. 박성효 시장과 손을 잡은 여자 어린이가 추워하자 박 시장이 손으로 목과 입을 막아 주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네요.


테이프커팅이 끝나고 어린이회관 안에 있는 소극장으로 들어갔습니다. 공식행사가 그 곳에서 열렸습니다. 대전시 김장원 여성가족청소년과장의 경과보고가 있었는데, 어린이회관은 박성효 시장의 선거공약으로 추진된 사업이라고 했습니다. 엑스포과학공원 등 10여 곳의 예정부지를 대상으로 숙고한 끝에 월드컵경기장의 여유공간을 활용해 예산을 줄이되 절감한 돈으로 아이들을 위한 시설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어 박성효 시장의 인사말이 있었는데, 아주 명연설이었습니다.


다음은 박성효 시장의 인사말 요지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어린이날 하루 어린이를 위해 부산을 떨며 할 도리를 다 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이는 사실 어른으로서 할 도리를 다 한 게 아니죠. 자신들의 권리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해 여건과 공간을 만드는 일이 비로소 어른으로서의 도리를 다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회관을 짓기로 결심을 했던겁니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면 그걸 바라보는 어른도 즐겁습니다. 저도 빨리 손주를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이 노는게 행복해 보이면 어른으로서 할 도리를 절반 정도 한 겁니다. 아이들이 노는 공간과 여건을 만드는 책임을 어른이 느껴야 비로소 도리를 모두 다 한 것이죠. 대전어린이회관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규모가 큽니다. 이 곳에어 아이들이 놀면서 지혜를 키우고, 꿈과 협동심을 키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하지 못하는 그런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봄 볕이 들면 잔디광장으로 탈바꿈한 시청광장에서 아이들이 정기적으로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그런 행사를 정기적으로 마련해볼까 합니다. 광장과 광장 간 도로를 막아서 아이들이 정말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할 겁니다. 길 막았다고 짜증내는 어른이 있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어른이 조금 돌아가면 될 것 아닙니까. 양보해야 하는 건 바로 어른입니다. 어른이 아이들에게 양보하는 인식이 확산돼야 우리 사회가 건강해집니다. 다시 한 번 아이들에 대한 무한한 책임을 느껴봅니다.
다소 긴 연설 내용을 직접 들을 때는 정말 감동적이었는데, 제가 받아 적었거나 기억하는 내용은 이게 전부입니다. 대전어린이회관의 별칭이 '아이누리'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세상이란 뜻이겠죠. 오늘 아침 뉴스에서도 학습지 교사가 아이들을 성추행했다는 기사가 나오더군요. 정말 우리 사회가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그런 '아이누리'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박 시장의 연설 중 "내 아이는 생각해봤지만, 진정 우리 아이를 생각해본적이 있었습니까"라는 말이 새삼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