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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ire sans dormir

서울대 나온 노숙자 이야기

서울대학교는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를 양성하는 대학입니다. 이런 서울대를 나온 노숙자가 있습니다. 대구에서 학원을 운영하며 큰 돈을 벌기도 했지만, 강원랜드를 드나들며 도박으로 탕진했습니다. 그런 그가 뿔뿔이 흩어진 가족과 다시 만나 보금자리를 꾸미는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언제 이뤄질지 모를 꿈이지만요.
삶을 포기하려했던 그 였지만 다시 꿈을 꾸게 된 것은 일을 하면서부터입니다.
무슨 일이냐구요? 숯부작입니다.

대전에는 노숙자들을 모아 재기를 도와주는 '드림화훼사업단'이란 사회적기업이 있습니다. 이 곳에서 일하는 노숙자들은 50여 명입니다. 대전역 주변에서 노숙하거나 쪽방살이를 하던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꽃과 분재를 키웁니다. 흙을 퍼담고, 물을 주고 화분을 나릅니다. 이들이 숯을 이용해 만든 분재는 대전시를 비롯한 관공서, 화원 등에서 구매합니다. 꽃을 팔지만, 꽃을 팔면서 꿈을 사는 겁니다.

이렇게 일하면서 받는 월급은 90만원 수준. 서울대 출신 노숙자 분은 언제가 될런지 알 수 없지만 돈을 모아 흩어진 가족과 다시 모여 오손도손 살고 싶다고 합니다. 이 분은 대외영업과 배송을 담당합니다. 은행원 출신도 있습니다. 27년간 은행을 다니다 때려 치우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1년 만에 전 재산을 다 날리고 노숙자 생활을 하게 된 분입니다. 이 분은 은행원 출신 답게 드림화훼사업단에서 자재관리, 입출고, 수금, 회계 등의 일을 했습니다. 지금 이 분은 이혼한 아내와 재결합해 작은 꽃집을 내려고 합니다. 이 분이 꽃집을 내면 드림화훼사업단이 자원하는 창업 1호가 되는 겁니다.

드림화훼사업단은 대전시와 기업, 시민단체 등이 힘을 합친 새로운 형태의 사회복지사업입니다. 매월 공장임대료 140만원을 대전시가 보조해 주고, SK텔레콤과 KT&G 등이 2천~3천만원을 자재비나 배달용 트럭 구입비 등으로 지원했습니다.

아직도 월급을 받으면 다음날 출근하지 않는 분들이 있습니다. 옛 버릇을 끊지 못하고 술 마시며 다 써버리는 거죠. 그래도 이 곳을 거쳐간 많은 노숙자 분들이 월급을 모아 기반을 마련한 뒤 그리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도 했다네요.

숯부작과 분재 화분을 만들며 자신들의 꿈도 새로 엮어 가는 드림화훼사업단. 이 분들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기 위해 많은 이용 바랍니다.
대전시청 1층 로비에는 드림화훼사업단이 제작한 숯부작이 상설 전시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