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블로그를 하다보니 <대전맛집>을 소개하고픈 강렬한 욕망이 있었는데 실천에 옮기지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이제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대전맛집, 그것도 골목길에 꼭꼭 숨겨져 있는 맛집을 소개하는 코너를 하나 마련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오늘은 그 첫번째 글로 일반인들은 거의 모르는 골목에 숨겨진 식당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대전 중구 선화동 호수돈여고 바로 뒷골목으로 아주 쭈~욱 들어가다보면 옛날 대전형무소(충혼탑)가 나옵니다. 거기에서 왼쪽 골목으로 내려가다보면 <탑집>이 나옵니다.
<탑집>은 대전지역 정치인들이나 대전시장, 도지사, 교육감 등 유명하신 분들이 많이 찾으시는 장소입니다. 25년간 많은 분들이 이 곳에서 식사를 했지요. 이런 유지들이 모여서 조찬모임을 하곤 하는 식당입니다.
25년 동안 사랑을 받아 온 이 식당의 간판 메뉴는 콩나물탕과 굴전, 그리고 양념장에 슥슥 비벼먹는 콩나물밥입니다.
애연가인 저로서는 홍고추가 둥둥 떠 있는 국물을 한 수저 뜨면 재채기를 해줘야 합니다.
이 시원한 국물의 비결은 북어포와 마늘, 고추가 어우러지는 데 따른 것이죠. 대전에는 유명한 콩나물탕(밥) 집이 몇 곳 있는데 <탑집>의 콩나물탕은 맛의 깊이가 다르다고나 할까요. 하여튼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듭니다. 과음 한 다음 날 숙취해소와 해장에는 역시 콩나물탕이 최고입니다. 마늘과 홍고추는 이 집 주인이 직접 재배해서 쓰고, 콩나물은 전주콩나물만 고집한다네요.
굴전에는 백세주같은 알콜 도수가 낮은 술이 찰떡궁합이죠.
<탑집>의 굴전은 이 집과 유사한 콩나물탕(밥)집의 굴전보다 크기가 더 큽니다. 굴은 통영굴을 쓰므로 알이 좀 큽니다. 서해안의 굴은 굴젓이나 생굴로 먹을 때 가장 좋고, 통영 굴은 전을 붙여 먹으면 더 좋은 듯합니다. 남해안 굴이더라도 전남에서 나는 굴은 찜으로 먹는 게 좋구요.
맛집 소개를 처음하는 초짜라서 콩나물밥의 사진을 찍지 못하는 우를 범했습니다. 경기도 이천쌀로 지은 따끈따끈한 콩나물밥에 이 집의 비법 양념장을 두 수저 정도 넣어서 슥싹슥싹 비벼 먹으면 정말 맛있죠. 너무 맛나게 먹느라 사진 찍는 것도 잊었나 봅니다.
밑반찬은 딱 네 가지입니다. 나물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데 오늘은 김치와 무생채, 무청, 그리고 냉이나물입니다. 냉이는 산에서 직접 캐서 묻혀냈는데 향이 정말 좋았습니다. 배추와 무는 이 집 주인이 직접 재배한 걸 쓴다네요.
밑반찬 중에 가장 인기가 좋았던 건 냉이나물이었습니다. 두 접시를 더 비우고서야 추가주문이 끊기더군요.
25년의 역사가 묻어난 <탑집>의 에어컨입니다. 골드스타라는 상표가 보입니다.
<탑집>을 나서니 충혼탑이 보입니다.
충혼탑이 서 있는 곳은 옛날 대전형무소 자리입니다. 한국전쟁 당시 정치범들에 대한 대량 학살이 있었던 곳입니다.
한국전쟁 당시 대전형무소는 여순사건, 제주 4.3사건 관련자, 남로당원, 전쟁발발 직후 예비검속된 보도연맹(광복이후 좌익활동을 하다 전향한 사람들로 구성된 단체)원 등 정치범들로 포화상태였죠. 정원이 1,200명인데 많게는 3,000~4,000명이 수용돼 있었다고 합니다.
1950년 7월, 대전형무소에서는 아직 재판을 거치지도 않은 정치범들이 가석방되는 줄 알고 헌병대에 인계됩니다. 대전형무소가 텅 빌 때까지 3일간을 끌어냈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들이 끌려간 곳은 충남 대덕군 산내명 낭월리 골령골이었습니다. 지금은 대전광역시에 편입된 곳이죠.
이 곳에서 한 일주일쯤은 총소리가 멈추지 않았습니다. 대량학살 현장이었던 겁니다. 좌익불순분자(?)에 대한 무참한 학살이었죠. 우리민족의 비극적 역사의 한 면을 느낄 수 있었던 <대전맛집>이었습니다.
'Goût de Daeje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전맛집>탄방동 먹자골목 17년 지켜온 생태지깨 (2) | 2010.12.15 |
---|---|
<대전맛집>술 마신 다음날 어김없이 생각나는 바로 그 해장국 (2) | 2010.12.14 |
<대전맛집>게 눈 감추듯 한 그릇 뚝딱 '갈치조림' (4) | 2010.12.13 |
<대전맛집>26년간 한 자리 지켜온 두부탕 (4) | 2010.12.09 |
여럿이 부담없이 즐기는 부대찌개 <송탄최네집> (2) | 2010.12.08 |